[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어제 영화 <리빙: 어떤인생>을 보며 와인 한병을 비웠다.

아들은 아버지(윌리엄스 역, 배우 빌 나이)가 병을 밝히지 않은채 외롭게 가셨다며, 조문 온 아버지의 직장 동료 Q에게 약간의 원망을 남긴다.

런던 시청 공공사업부의 다른 동료 K는 퇴근후 그들이 만든 작은 놀이터를 찾았다가 한 경관을 만나, 추운 겨울날 그네 위에서 노래 부르던 한 노인의 행복한 모습과 그날 밤에 노인이 죽었다는 이야길 들었다.

윌리엄스의 죽음은 고독과 환희로 남았고, 두 동료는 가슴에 남길 수 있는 어떤 인생을 떠올리게 될것이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를 리메이크 했다. 각본은 최고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맡았다.

 

일본인은 영국인과 친화력을 갖고 있는듯하다. 섬나라고 일찍이 산업화 도시화를 이뤘으며, 정성껏 만들어 가는 약간은 단조로울 일상, 예의와 규범에 따라 감정을 절제하는 사회적 속성이 그럴듯하다.

윌리암스를 연기한 빌 나이는 따로 연기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어릴적부터 런던행 기차를 기다리며 줄지어선 신사가 되는걸 바라왔던, 그의 내적 갈망이 이룬 항상성에 끌리게 된다.

암 선고를 받아 들이고 보헤미안풍의 한 청년을 만나 어떻게 노는 것인지 묻고 따라하거나, 생기 발랄한 동료에 끌려 때아닌 오해를 받을지라도 생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의 온 생애였던 시청 업무 공간, 직장인이자 신사로 살아온 여정은 크게 해될 것 없는 시스템(기계적 동작)이었다는 점이다.

그가 그 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삶의 의미는 동료에게 유산으로 남았다. 동시에 그의 유산은 시스템 아래 곧 의미를 잃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해낸 순간의 감동을 잊지 말라는 당부는 시스템을 걷어 낼 개인의 의지로 남을 것이다. (24.03.07)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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