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84년 준공된 효자 3단지 주공아파트에 들렀다.

신흥고 연극반 뒤풀이를 마치고 갔던 선생님 댁 15평 내부 구조도 기억이 뚜렷하다.

우거진 숲 속 아파트촌은 이제 곧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80년대 도시화와 더불어 본격적인 대단위 서민 아파트로 공급된 아파트촌은 인후동과 효자동으로 기억된다. 인후동은 손 쓸 사이 없이 재건축 된지 오래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처럼 기록 작업을 해두면 좋겠다. 언제 13,4,5평 5층 아파트가 천세대 넘게 공급되겠는가. 한 껏 자란 나무들의 이전 계획도 필요하겠다.

 

아파트촌과 완산칠봉 사이엔 정혜사가 있다.

근세 백년된 사찰은 언제 봐도 정갈하다. 절집 벽화엔 생의 고통과 은혜를 여성의 시각으로 표현했다.

낮에 옥정호 인근에 갔다, 그곳에 잠든 경숙이 누나 생각도 따라 온다. 늘 농반진반으로 파업 현장을 밝게 물들이던 누나는 모두의 의지처였다. 약간은 실없어 보이던 농담이야말로 모두를 위로 한 누나의 진면목이었다.

흔들림 없을 투쟁 현장에서 늘 해실해실 웃던 코스모스처럼, 누나는 비현실적 일상의 대비를 보여줬다. 그 시절 슬프고 아름다운 서사를 나눠 준 누나에게 감사의 마음이 든다.

전주에 오면 기억게 갇힌 기분이다. 살때는 반복되는 일상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전부다.

일반적인 로컬은 없다. 기회의 장으로, 새로운 삶의 시작점으로 삼는 누군가의 일상 역시 맥락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전주엔 내가 알 수 없을 활동이 벌써 많이 이뤄 지고 있다.

이제 길을 떠난다. 소낙비가 오더니 저녁빛에 애수가 느껴진다.

 

* 글 • 사진 : 김병수 전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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