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아침 뒷 베란다에 바다가 보인다. 커피를 내리고 친구가 주고 간 지역연구 자료를 읽었다.

올 한 해는 우도 지역을 통해 도시 연구자, 기획자, 주민활동가, 건축가 등과 교유했다.

단절된 공간 계획을 지역 전반의 사고 속에 검토할 기회를 얻었고,

얼마간 주민의 삶 곁에 머물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우도가 몹시 그립다.

우도에 머물면 문 열고 나가 자연과 만난다. 옷 차림이 어떻든 곧 바람이 불고, 햇살이 구름에 걸려 혼쭐 나는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올레를 걷다 집, 마당, 창고, 돌담, 밭담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유추하며 살핀다.

 

그리고, 산호해변에 누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아침 달을 바라 본다.

이런 일상이 그립다가도,

담수장 시설의 문화재생 이란 과제에서 모순된 상황에 놓이곤 한다.

공공공간이라고 하기엔 주민들이 체감해 온 생활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기계 설비로 채워졌던 높은 층고의 낯선 공간은 주민의 실감을 뺏는다.

의견으로 포장된 막연한 기대는 발화하는 순간 묘한 불안감을 낳는다.

이런 간극은 몇 번의 경험으로 완화해 나갈 수 있다.

그런 기회 만들기로는 내가 선수긴 한데, 전과 달리 상황을 인내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이건 담수장의 본질적인 맥락과 관련있다. 물과 우도를 읽고, 우도의 사회적 관계를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와중에도 우리팀은 마침 움직이던 주민들과 만나가며 멋진 파일럿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했다.

공간과의 경험을 남기기엔 턱 없이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을 가늠할 그림 한 장을 남긴 셈이다.

사실 우도의 (그나마 여유있을) 겨우 내내 주민 워크숍을 진행하고 싶지만, 또 그래야 맞겠지만, 행정 시스템이 따라줄리 없다. 모든 시군이 이런 식일테고 유감은 없다. 만,

담수장을 누가 욕망하는 가의 더 큰 문제가 남는다. 민간이 임대해 쓴다거나 팔아 치운다면 괜찮을까.

기억과 가치를 공유하며 주민에게 도움을 줄 경영 주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책임을 지울 수 있겠나, 동의의 과정을 위해서라도 지금 공공의 개입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운영 주체의 문제는 소유와 욕망 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

 

행정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그렇다. 혁신의 기회는 있다. 다들 고통을 소통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올 해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을 통해 우도와 만났고 / 제주사경센터를 통해 스타트업을 / 여름 한 달은 마을 문화기획학교 강사로 해남을 방문했으며 / 문화재청 문화재활용사업 현장 검토 일부에 참여했다.

그리고 어느 지역, 어떤 사업 현장에 가도, ’일하는 사람이든, 행정의 일부‘든 상투적인 말로 가득한 상황에서 나름의 기지를 발휘하기 위해 애써왔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기회를 흘려 보내고 있는걸까,

내 실천의 힘은 또 얼마나 남은 걸까.

있기는 한건가 그냥 관성은 아닌가. (22.11.30)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