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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늦은 오후 ‘케 브랑리 박물관’MUSEE DU QUAI BRANLY에 들렀다.

아랍문화원을 설계한 건축가 장 누벨과 식물학자 질 클레망의 정원이 어울린 박물관이다.

센강이 흐르는 에펠탑 옆에 있다. 박물관은 교각 위에 건물을 길게 늘어 놓은 형태로, 교각 하부는 식물 정원으로 외부는 마치 센강의 지류처럼 물을 들였다.

공간은 밖 도로의 소음을 줄일 겸 두꺼운 유리 벽면을 세워, 정원에 들어 서면 마치 낙원을 묘사한 건가 하는 느낌이 든다.

같은 장 누벨이 설계한 현대 미술관 ‘퐁다시옹 까르띠에’를 가 보려다, 걸어 가기 맞춤한 ‘케 브랑리’에 왔는데, 격려라도 해 주듯 멋진 야외 공연이 반겨 준다.

깃발을 휘두르는 아프리카 여성을 따라 거리 관악 밴드가 공연을 하고, 관객들을 따라 이동하며 멋진 판을 만든다.

(영상을 올려 놨으니 한 번 크게 틀어 보시면 좋고)

 

어깨춤이 저절로 나와 한 복판에 뛰어 들어 춤 추고 나니 땀이 흥건해 진다. 역시 나는 노래 보단 춤인가. 길굿과 판굿이 합해 진 익숙한 느낌에 뛰어 들었는데 역시나 춤이 좋네.

건축가 장 누벨은 아랍문화원이 히트 치고 난 뒤 웬만한 지명도를 갖추고 과감한 작업 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이 박물관은 200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당시 나름 기념비적인 건축으로 자리매김된 모양이다.

대통령 되고 나면 이런저런 기념비적인 걸 하고 싶을텐데, 시대를 표상할 만한 문화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은 어느정도 필요해 보인다. 영웅 보다는 시민이, 특정이데올로기 보다는 다양성을 지닌 보편 지향이 좋겠지.

박물관에는 비유럽권(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메리카) 문화가 전시되고 있다는데, 줄이 길어 들어 가진 못했다. 긴 줄을 보며 땀을 닦고 나니 현타가 와서, 마당에서 그냥 놀다 가는 가 하는 멋적음이 남는다.

그러나 여기가 고향이면 아프리카의 어느 하늘 인들 타향일까 싶고 이렇게 동네 문화시설에서 놀다 가는 게 자연스운거 아닌가. 왠지 고향이 하나 둘 늘어 가는 기분은 든다. (23.01.16)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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