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저녁 산책길에 성술피스 성당에 들렀다.

나는 나 외에 아무에게도 충실하지 않는 사람인가. 믿음이란 말을 떠올리면 ‘여지 없는 선택‘을 강요 받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경건함으로 내면의 허기를 달래고 싶은 사람에게 교회가 안식처이듯, 자신의 정염에 불타곤 하는 나에게도 교회는 가련함을 구원해 줄 한 줄기 빛이다.

멀리서 봐도 성당 한 면의 예수상은 아름답다. 엄숙한 공간에 헐벗은 육신을 드러낸 예수의 모습은 내 곁의 누구와도 같으며, 나를 대신하는 나이다.

 

박완서 선생이 ‘유리’를 처음 본 이야길 하면서 “오백년은 산 것 같다”고 한 말이 이해된다.

한국사회는 물리적 환경도 급변해 왔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설명할 수 없는 나’의 문제로 가 보면 가히 방황의 시기라 할 수 있겠다.

그만큼 또 걸어야 한다.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걷게 되길 기도하며… (23.01.13)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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