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서울 일정의 마지막은 청계천기술문화연구실 아키비스트 안근철과 걷기다.

청계천 골목에서 만나 생선구이 먹고 구역정비가 한창인 3구역(을지로 3,4가 골목) 일대를 둘러 봤다.

지난해 제주에서 안근철 발표(기록작업)를 보니 장업장, 작업대, 공구, 기술도구 등을 세부적으로 정리했다.

 

작업장 배치와 일련의 공구를 이해하면 그곳 생활과 노동이 보인다. 작업 대상은 사물이지만, 사물과 함께 해온 기억에 관한 것으로, 공간과 생활 / 도시와 지역에 대한 밀착 보고다.

오늘 짧게 나마 같이 걸어 보니 오가는 기술자, 단골집 주인, 머물다 인근으로 다시 이사온 집, 정리 중 나온 간판 따위 사물에 대한 안근철의 애착이 느껴진다.

소규모 작업장과 기술자, 공방형산업과 얽힌 상업 생태계가 한꺼번에 눈 앞에 펼쳐진다. 앞으로 한 두 해 지나면 영원히 살아질 서울 도심의 풍경이다.

지난 4,5년을 곧 사라질 도심에서 보낸 안근철과 헤어져 공항에 도착했다.

기술을 습득 연마하고 판매해 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생계를 이어 갈 것이다.

도심 개발이 숙명이든 아니든 그것대로 흘러 갈 것이다.

이런 시류에서 벗어나 기록과 관찰을 통해 키워온 애정, 그간의 노력은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가늠이 어렵다.

 

도심 개발과 정책에 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그나마 이런 생각을 붙들게 해준 친구들의 노력이 고마울 뿐이다.

도시 아키비스트의 작업이 다음 도시에 영감을 주고, 도시에서 살아온 삶의 기억이 새로운 도시 개발에 영감을 주게 되길 바랄뿐이다.

여전히 도시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고투하는 현재의 삶에 대해서도 그냥 시늉 뿐인 입주 우선권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한 입주가 이뤄지도록 더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건축공간연구원 auri, 4구역 개발에 참여하는 SH공사, 서울시, 중구청, 서울기록원, 서울역사박물관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제 제주로 간다. 언제 안근철과 청계천 활동가들 모셔서 오래 이야기 듣고 걷고 할 날이 오겠지. (22.03.08)

 

* 글 • 사진 : 김병수 전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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