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앵발리드(invalides) 거리에서 집회행렬이 마무리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경찰 통제로 텅빈 거리는 어느새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로 가득찼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데 계층과 세대에 관계 없이 많이들 몰려 들었다.

나중에 팻말을 번역해보니

우리에겐 번아웃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도 이렇게 모일줄 몰랐다,

기후정의가 사회정의다,

우리가 다 죽어야 승리한다,

그것은 우리의 프로젝트라며 마크롱에 업힌 자본가로 마크롱을 조롱하는 팻말 등 각자 입장에서 만들어진 주장이 광장을 매운다.

해적당 깃발도 보이고 계속 따라부르게 되는 노래가 반복된다. 한 켠에선 차량용 방송으로 인터네셔널가도 불린다.

 

한동안 집회 참여(구경)하고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데, 경찰 통제가 심해 몇 번이고 돌아야 했다. 겨우 빠져 나오나 했는데 어느결에 누군가 던진 돌맹이 하나로 내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나한테는 이런 우연찮은 일이 자주 있는 편이다;)

인근 전철역은 다 닫혀있어서 센강 쪽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휴대폰 배터리는 없고, 지도를 가지고 온 것도 아니고, 상대한테 연락도 못한 채 무작정 다리를 건너 사람들 많은 쪽으로 가다보니 전철역이 나와 겨우 타고 시간 맞춰 밥집에 갔다.

처음엔 한국 대표 선수로 참여한 기분이었는데, 역시나 나는 이제 그 쪽으로도 후줄근 해진 모양이다.

여튼, 오랜만에 집회 분위기가 즐겁고 신나서 모든 고생은 다 잊힌다. 이란 문제, 우크라이나 러시아 침략 전쟁 등의 이슈도 이곳저곳에서 접하게 된다.

사람들이 자기 처지에 맞는 목소리를 만들어 가다보니, 여러 세대가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집회 문화도 만들어 지는 듯.

아마 프랑스 시민들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것 같은데, 밥집에서 만난 친구 A는 늘 하는 시위라는 식으로 슬쩍 넘어 간다.

약간의 무용담을 이야기 할 분위는 아닌듯해서 그냥 배고픈데로 이것저것 먹었다.

2차로 샹젤리제 거리로 나갔더니 몇몇 관광객들 빼고는 썰렁하다. 저녁에 전철이 다니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간 모인 사람들은 다들 전철 타고 여길 왔었나 싶다.

많이도 걸었는지 와인 한 잔에 졸음이 쏟아진다. 오늘은 뛰고 걷고 정신 없이 보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이고, 이제 정든 고향을 떠날 날이 오고 있다. (23.02.02)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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