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오늘도 보름달이다.

서울 간다고 나서니 엄마는 성당에서 받아온 백설기를 가방에 넣어 줬다. 차 안이 붐벼 그만 두고 있었는데, 뱃속이 편해선지 차 안에서 음악을 즐기기 수월했다.

친구와 술 마시고 나와 달을 봤다. 전엔 보름이 되는 걸 몸이 먼저 알았는데 이젠 봐야 아는 것이 안타깝다. 이렇게 십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까.

차 안에서 에니아르노의 단편집을 읽었다. 경험한 것에 대해 쓰는 것은 그이 사고의 경로를 후체험한다는 느낌이 있나보다. 나는 읽으면서 추억에 빠지고, 최근 몇 년간 정숙한 박완서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기도하다.

나는 제주에 살고 있다.

섬에 사는 것도 좋고 그 섬에서 우도로 오가던 시간도 멋진 일이었다. 아마도 음악하는 친구와 사귀었다면 나는 혁오의 노랫말 보다 나은 작사가가 되었을 것이다. 좀 주접스런 생각인가. 아니다. 내가 하겠다 맘 먹으면 더 좋을 무언가가 되었을테니.

 

전주 효자주공아파트를 갔을때 느낀 것은 농촌과 도시의 어중간한 평온이었다. 사십년 전에 나는 품격있는 도시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는 오층을 넘지 않았고 도시의 사람들은 나무와 채소밭을 좋아했다. 미나리꽝이 있던 중인리와 가까웠던 효자동을 나는 어릴적 고모네 집에 중학교 시절엔 학교길에 고등학교땐 선생댁으로 다녀 본 것이다.

나는 송파도 좋아한다.

서촌을 걷는 날이 많아도 처음 서울 왔을때 친구집이 석촌호수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때도 걸어다녔고 갑자기 한강변으로 방향을 틀만큼 취향은 있었다.

제주집은 잘 있겠지.

식물과 그림은 잘 있겠지. 며칠전 친구 그림을 구입했고 담배를 태웠지. 언젠가 만났던 것 같은 나무에 친구는 다가가고 있었고 나는 나무 앓이를 하는 멋진 상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멀미가 날만큼 나무와 달과 전주와 송파와 제주가 가까이 와 있는 밤이다.

취하고 나니 그냥 글이 쓰여진다.

 

* 글 • 사진 : 김병수 우도 담수화시설 문화재생 총괄기획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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