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김병수의 제주도사나] ‘사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애착과 필요’ 이상으로 ‘상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돌아 가시고 난 후 나는 ‘뿔테 안경’과 ‘지포라이터’를 손에 넣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할아버지는 늘그막에 도수도 없는 동그란 안경을 쓰시곤 했다.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점빵에 가서 ‘거북선’ 달라 하면, 쥔 아주머니는 그냥 ‘환희’나 태우지 뭔 비싼 거북선이냐고 내게까지 핀잔이었다.

얼굴의 균형이 깨진 것도 아니고 안경을 쓰고 가실 때까지 멋을 냈다는 사실까지, 나에겐 정체 없는 그리움으로 오래 남았다.

 

겨우 초등학교 오학년 아이라 쓸모도 없는 것이었을까, 의식도 못하는 사이 ‘그 사물들’은 사라졌다. 그 후로 내가 애착을 가졌던 사물들은 곁에 없다.

그만큼 애착을 가지고 사물을 모으기도 했고,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삶을 살아 온 탓도 있으리라.

지난번 봤던 전시 ‘사물들’과 / 조르주 페렉의 소설 ‘사물들’이 함께 했다. 전시 작품은 사물들의 세태를 보여주는 느낌이 강하고, 소설의 주제와도 어울린다.

작품을 낸 작가와 소설가의 안내로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돌아 오는 차 안에서 상실에 대해 생각했다. 정말 많이도 사라졌다. (21.09.25)

 

* 글 • 사진 : 김병수 제주시청 문화도시센터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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