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이헌모의 일본 이야기] 1. 주말 이틀간의 대학입시 시험 감독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월요일은 모 회사의 이사회에 참석 후, 한국에서 온 페친과 신주쿠에서 만나 가부키쵸, 신오쿠보 코리아타운 그리고 서양인들이 득실거리는 오모이데 요코초(思い出横丁)까지 순회하며 음주를 즐긴 덕분에 어젯밤은 오랜만에 숙면을 했다.

가령(加齢)과 함께 숙면이 힘들고 몇 시간 만에 깨기를 반복하는 탓에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적정량의 알코올 힘을 빌려서 자면 되므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술이지만 내게는 영약(霊薬)인 셈이다.

오늘의 점심.
야키도리 덮밥과 미니 라멘

 

2. 아침 강의를 마치고 나니 유난히 시장기가 돈다. 학식에서 늘 먹던 정식이 아닌 야키도리 덮밥(450엔)에 반 라멘(190엔) 을 먹어보았다. 역시 고기를 먹어야 오후 강의 든든하게 버틸 수 있고, 국을 대신하여 라멘 국물이라도 흡수하니 숙취로 인한 갈증도 해소되고 뭔가 제대로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3. 작은 딸이 이제 일 년의 휴학을 끝내고 2월부터 서울로 돌아가 대학에 복학하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쿄를 떠나기 전에 친구들과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오늘은 절친들과 디즈니 씨(Tokyo DisneySea)에 간다고 여고시절 교복을 차려입고는 아침 일찍 나선다. 날씨도 흐리고 쌀쌀한데 저 맨살 다리를 다 내놓고 다니면 얼마나 추울까 걱정이지만 멋을 아는 청춘은 추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현관을 나서는 딸내미에게 지갑을 털어 점심값하라고 용돈 챙겨주는 나는 역시 딸바보 아빠를 면할 수가 없다.

 

4. 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에 수년 전에 포스팅한 군바리 사진이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엊저녁 신주쿠에서 만난 페친이 내가 근무했던 사단의 같은 연대 후배 기수였다. 우연의 일치인가? 이제는 아득한 옛 추억이 되어버린 1986년 겨울인가 아님 87년의 1월인가 사진인 것 같다.

제대를 두어 달 남겨놓았던 왕고 시절의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같이 찍힌 저 동료들 중에 나를 엄청 갈구다가 마지막에 내가 들이받아 쌍코피 터진 고참 녀석이 있다. 지금 다시 만나게 되면 네놈 뒤통수를 엄청 세게 후려갈겨 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자슥아! (23.01.18)

 

* 글 • 사진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中央学院大学)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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