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트램
나가사키 트램

 

[광교신문=이헌모의 일본 이야기] 1. 일본에 30여 년을 살면서 광역 지자체 전국 47 도도부현을 섭렵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47 광역 지자체 중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세 곳 있었다.

그중의 두 곳이 나가사키와 사가현이었는데, 이번 3박 4일의 학회 출장을 통하여 나가사키와 사가 두 곳을 한 방에 해결했다. 일타쌍피다.

이제 남은 곳은 M 현 한 곳뿐인데, 이곳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공략하기로 했다. 너무 일찍 목표를 달성해버리면, 그 뒤의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애매한 나이인지라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기회를 봐서 점령해 볼 생각이다.

데지마
데지마
데지마 축소판
데지마 축소판
차이나타운 입구
차이나타운 입구

 

2. 늘상 그래왔지만 학회 참석 후에는 하루 더 일정을 연기하여 그 지역 관광지나 특징적인 곳을 둘러보곤 한다. 일본 지방의 현실을 둘러보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고와 시도를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함이 주 목적이고, 저녁마다 향토 요리와 지역 명주(地酒)를 탐미(耽味)하는 행위는 그 여정에 자연히 따라오는 부수적 보상(報償)에 불과하다. 잉?

이번 나가사키 방문도 그랬다. 우선 군항 도시로 잘 알려진 사세보에서 학회가 개최된다 하니 언젠가 가보고 싶던 지역인지라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일정을 잡았다.

사실 어제 일요일은 우리 학교 오픈 캠퍼스가 있는 날이어서 학부장의 책임을 다해야 하지만, 학자로서 학교 행정업무보다는 학회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평소 지론대로 학회 참석을 우선시한 결정이다. 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교직원이 나타나면 마동석 같은 괴력으로 한방에 제어할 것이다.

나가사키 항의 야경
나가사키 항의 야경

 

3. 토요일 학회를 마치고 나가사키로 이동하여 하루를 묵었다. 나가사키는 원폭 피해 도시로 유명하지만, 원래 1920년대까지는 규슈에서 제일 큰 항구도시였다고 한다. 지금은 아마 6위인가로 밀려났는데, 인구는 약 40만 정도의 현청 소재지로 나가사키현의 중심 도시다.

이번 나가사키 방문을 앞두고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개항도시로서의 흔적을 살펴보는 것과 군함도라는 한일 간의 역사를 안고 있는 섬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가사키에는 진짜 나가사키 짬뽕이 없더라는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는 것과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였다’는 유행가처럼 정말 비가 많이 내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미션이라기보다는 흥미 위주의 관심사였다.

데지마(出島)
데지마(出島)
오우라 성당(大浦天主堂)
오우라 성당(大浦天主堂)
이리 찍으니 신장이 2미터는 되어보이네 ㅋㅋ
이리 찍으니 신장이 2미터는 되어보이네 ㅋㅋ

 

몰카 당하다

 

이것도 윤 교수 몰카 ㅎ
이것도 윤 교수 몰카 ㅎ
태풍은 커녕 너무 햇살이 따가워 더위에 지쳐…
태풍은 커녕 너무 햇살이 따가워 더위에 지쳐…

 

4. 결론을 먼저 밝히자면, 원폭 관련 내용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고, 나가사키는 인구는 줄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활력이 있어 보였다.

지하철이 없다 보니 지상의 교통이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버스와 택시는 물론이지만 도심 한복판을 다양한 광고와 색상을 한 트램(노면전차) 가 분주히 오가며 도심의 정취를 돋우어준다. 일본은 도쿄에도 있지만, 이런 트램이 지방 도시에는 아직도 유효한 교통수단으로 제법 활용되고 있다.

우선 데지마(出島)라는 에도시대 네덜란드와 중국 상인에게 무역을 허용했던 특구를 찾았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인공섬 안의 건축물과 구조를 살펴보니 당시로서는 딱 적당한 사이즈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이 유곽(遊廓)의 운영과 관리였는데, 둘러보며 ‘나루호도’ 하며 수긍이 간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세세한 감상과 기술은 생략한다.

5. 나가사키하면 일본 기독교 성지가 산재한 곳이기도 하다. 시내 산중턱에 위치한 오우라(大浦天主堂) 성당은 일본 최초의 교회라고 한다. 이곳을 찾아 기독교의 가혹한 탄압과 박해 그리고 순교로 이어지는 일본 기독교의 역사 공부도 하며 천천히 둘러보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군함도 투어는 그 자체가 전면 중지됐다. 애석하지만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중국집에서 나가사키 짬뽕으로 배를 채운 후.
중국집에서 나가사키 짬뽕으로 배를 채운 후.
이것이 나가사키 짬뽕1
이것이 나가사키 짬뽕1
국물 있는 나가사키 짬뽕
국물 있는 나가사키 짬뽕

 

6. 그리고 점심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유명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가사키에 나가사키 짬뽕이 없더라는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결론은 나가사키 짬뽕은 엄연히 존재하며 종류도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맛은 물론 한국 짬뽕처럼 시뻘건 국물은 아니지만 담백하고 부드러워 해장에도 좋을 것 같다. 맛도 좋기만 했다. 점심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간 덕분에 5층 창가에 앉아 나가사키 시내뷰를 즐길 수 있었다. 먹고 나오면서 보니 대기자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뭐든 빨리빨리 해서 손해가 없음을 새삼 확인.

나가사키는 외국과 일찍부터 접촉을 하며 일본의 관문 역할도 한지라 서양풍의 자취와 흔적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도 꽤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저녁은 차이나타운에 가서 타이완 요리를 먹었다. ???

7. 나가사키에 도착한 날은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역시 유행가 가사처럼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였다. 그러나 하레오(晴れ男 햊빛을 몰고다닌다는 남자) 의 대표를 자칭하는 내가 왔으니 속세의 유행가 가사 따위 물러가거라 주문을 밤새 외웠다.

다음날 아침부터 태풍은 무슨이라고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종일 쨍쨍 햇살이 눈부시다. 이로써 나의 ‘하레오’ 주장이 유네스코와 기네스북에서 인정해 줄 날이 한발 다가왔다.

어제는 나가사키를 오후 늦게 출발해 두 시간 정도 운전하여 하카타(후쿠오카) 에 입성하여 하룻밤 유하고 이제 아침 10:30 분 넘어 도쿄로 향하는 신간선을 탔다. 흡연 부스가 있는 지근거리의 창가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주변이 온통 수학여행 가는 듯한 중딩인지 고딩인지 아그들로 바글바글하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난리들이다. 난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고 곁다리로 찍히지 않게 하고 있다.

원폭 흔적
원폭 흔적
원폭 투하 지점
원폭 투하 지점

 

8. 이번 3박 4일 여정을 통해 느끼는 건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점과 호텔을 비롯한 물가가 싼 덕을 제대로 느낀다는 점이다. 하루 숙박에 조식 포함 만 엔을 넘지 않는데 시설도 아메니티도 손색없이 괜찮다. 다만 음식값은 요근래 야금야금 올라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니 이제 월급 좀 올려라.

이번 여정에도 변함없이 동북복지대학의 윤 교수가 전 일정을 함께하며 모든 수고를 다 해줬다. 랜터카 운전부터 맛집 수배와 행선지 안내에 이르기까지 모두 빈틈없이 처리해준 덕분에 나는 편안히 즐거운 추억만 차곡차곡 적립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윤 교수의 노고와 배려에 감사하며 다음달에 센다이에 가면 술 한잔 사야겠다.

하카타에 들어와 저녁. 우선 닷사이(獺祭)한잔으로 목을 적시고…
하카타에 들어와 저녁. 우선 닷사이(獺祭)한잔으로 목을 적시고…
꽤 유명 맛집
꽤 유명 맛집
하카타역 야경
하카타역 야경
하카타역
하카타역

 

덧) 우선은 3박 4일의 흔적을 기록하기 위한 사진을 투척. 나머지 먹방과 거리 사진 등은 후일 소개하겠습니다. 乞うご期待!

 

* 글 • 사진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中央学院大学)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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