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이헌모의 일본 이야기] 올해 여름 무렵부터 각국 정부의 코로나 대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해외에서 유입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도 인바운드 관광객이 도쿄를 비롯한 대도시는 물론, 그동안 한산했던 관광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가운데는 한국에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들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SNS 등을 통해 오랜만에 일본을 찾은 한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일본의 물가가 한국보다 더 싸더라는 말을 한다. 특히 음식값이나 호텔 숙박비, 골프 비용 등이 한국에 비해 저렴하다고 한다. 물론 교통비 등은 여전히 일본이 더 비싸긴 하다.

이는 일본의 물가는 거의 변동이 없음을 의미하지만, 사실은 물가만 변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본인의 임금도 과거 30년간 거의 변동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급이 오르지 않아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물가만 상승한다면, 일본은 폭동이 일어났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임금도 오르지 않고 물가도 그다지 변동이 없이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임금이나 물가 상승률을 체험한 사람들이 오랜만에 일본에 와보면 "와 일본 물가 싸네. 관광할만하네" 하고 감탄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왜 아시아 유일의 선진국으로 군림해 오던 일본의 임금이 정체되고, 경기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도쿄대학 와타나베 츠토무 경제학 교수의 분석을 두 번에 걸쳐 소개하도록 한다.

이하 번역

 

<30년간 「일본인의 임금」 이 늘지 않은 배경의 정체>

물가 상승과 임금 인상이 상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임금·물가 스파이럴'.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기능함으로써 정상적인 인플레이션이 실현되어 왔다.

그러나 일본에 눈을 돌려보면, 왜 그런지 그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 30년에 걸쳐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은 일본의 현상을 신간 '세계 인플레이션의 수수께끼' 에서 발췌하여 소개한다.

 

 

● 일본 특유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미유럽의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임금·물가 스파이럴에 놓여 있는지 아닌지, 만일 그랬을 경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앞으로 중요한 논점이 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세계 인플레이션의 수수께끼' 제4장에서 본 것처럼 인플레이션율이 '최하위'이므로 임금·물가 스파이럴의 걱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스파이럴과 전혀 관계가 없는가 하면,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물가 스파이럴이란 임금과 물가가 닭과 계란처럼 서로 연관되는 현상이었습니다. 이 양자가 서로 연관한다는 의미에서 일본의 상황도 적용됩니다.세계 인플레이션의 수수께끼' 제4장에서 말했듯이 일본의 임금과 물가는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임금이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물가가 얼어붙고, 물가가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임금이 얼어붙는다는 의미로, 양자가 서로 연관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즉, 미 유럽에서 발생이 우려되는 임금·물가 스파이럴은 임금과 물가가 서로 상승하는 현상이지만, 일본에서는 임금과 물가가 서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본고에서는 이것을 「일본판 임금·물가 스파이럴」 이라고 부르기로 합니다.

'서로 올라간다'와 '서로 얼어붙는다' 에서는 상당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오른다」 와 「얼어붙는」 에 주목하면 그렇겠지요. 그러나 "서로"에 주목하면, 양자는 동질입니다. 스파이럴의 본질은 "서로 상호" 라는 점에 있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면 양자는 동질이라고 말해야 합니다.

 

 

● 임금을 거의 올리지 않는 일본 기업

일본판 임금·물가 스파이럴의 상세한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다시 일본 임금의 현상 즉, 임금이 얼어붙고 있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해 둡시다.

그림 2는 일본 노동자의 명목임금에 대한 1950년부터의 추이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명목 임금은 기업이 직원에 지불하는 금액입니다. 명목임금은 후생노동성이 내는 통계에 더해 국세청도 납세와 관련된 데이터로 공표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 3개의 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느 선에도 공통되는 특징으로서, 1990년대 전반까지는 고르게 상승했습니다만, 그 후에는 수평선이 되어 있습니다.

수평선이라고 하는 것을 좀 더 엄밀하게 다시 말하면, 일본 노동자의 임금 「평균」 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하는 것입니다.

평균 임금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은 누군가의 임금은 상승하지만 다른 누군가의 임금은 떨어지고, 그들을 평균하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어떤 사람의 임금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그 평균치도 당연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실적이 좋은 노동자나 기업의 급여는 올라가고, 그렇지 않은 노동자나 기업의 급여는 변동이 없기 문에 임금의 역동성은 확보되고 있습니다. 건전한 모습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 후자는 노동자나 기업의 퍼포먼스와는 무관하게 아무도 그도 임금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역동성이 전혀 없습니다. 열심히 해도, 또는 노력하지 않아도 임금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노동의 동기 부여도 유지되지 않고, 사회의 활력도 떨어져 버립니다.

 

일본의 움직이지 않는 임금은 이 중 어느 것일까요. 그림 3은 각 기업이 임금 개정을 실시했는지를 후생성이 조사한 결과에 근거한 그래프로 임금 개정을 하지 않는 기업의 비율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막대그래프).

1975년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임금 개정을 하지 않은 기업의 비율은 2~3%로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즉, 이 무렵까지는 어느 기업에서도 매년 임금 개정을 실시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이 되면 임금 개정을 하지 않는 기업의 비율이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 초반에는 그 비율이 전체의 25% 초과에 이릅니다. 그 후 임금 개정을 하지 않는 기업의 비율은 고수준을 계속한 후, 2010년경부터는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2013년 이후는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베 정권 이후의 관제 춘투(정부가 임금 인상을 기업 경영자에게 촉구한다)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임금 개정을 하는 기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임금 개정의 폭은 굉장히 좁아 2%에 그치고 있습니다(그림 3의 꺾은 선).

즉 일본의 임금은, 모든 기업의 평균치가 얼어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 기업 각각의 임금의 움직임이 매우 둔해지고, 혹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 있는 것입니다.

일본의 가격에 대해서는, '세계 인플레이션의 수수께끼' 제4장에서 보았듯이, 평균치가 얼어붙을 뿐만 아니라, 개개의 상품의 가격도 얼어붙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생각하면 일본 기업의 하나하나가 임금과 가격이 얼어붙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어 【후편】 『일본의 ‘명목 임금의 성장률' 은 선진국에서 최하위... 임금 인상이 발생하지 않는 메커니즘의 수수께끼』 에서는 명목임금과 실질임금까지 구분하여 일본에서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는 배경 사정을 분석해 간다.

To be continued….

 

* 글 • 사진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中央学院大学)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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