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문=이헌모의 일본 이야기] 하카타(博多)에서 랜타카로 사가현(佐賀県) 이마리(伊万里)와 아리타(有田)를 거쳐 나가사키현 사세보까지 왔다. 태풍의 접근으로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하는 날씨여서 드라이브하며 감상에 젖을 여지가 없는 게 아쉬웠다.

호텔 체크인 후, 근처의 맛집을 프런트 아가씨에게 문의하니 지도를 꺼내 상세히 알려준다. 그런데 료테이(料亭) 즉 ‘요정’ 이란다. 요정이면 예산이 오버되니 갈 수가 없다 하니 걱정 마시라며 ‘서민’의 요정이란다. 가게 이름이 ‘서민의 요정’ 이었다. ㅎ

항구도시 사세보는 인구 약 23만의 나가사키현에서는 두 번째로 큰 나가사키현 북부 중심도시다. 명치시대 해군기지로 조선 및 군항도시로 발전했으며, 지금도 일본 해상자위대 사세보 기지 및 주일 미군 사세보 기지가 설치되어 있는 해상 방위의 중요 거점이다.

 

호텔을 나서 도보로 15분 정도의 요정으로 향했다. 아마도 사세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같다. 상점가 아케이드가 매우 길다. 좌우 상점은 한껏 네온사인을 밝혀 행락객의 관심을 끌지만 지방 도시가 그렇듯 활기는 없어 보인다. 상점가에 걸려 있는 현수막 중 한글로 된 것이 있어 반가웠다.

가게에 도착 착석 후, 점원에게 이 가게 추천 음식을 소개하라 했더니, 오징어를 산 채로 회를 뜨는 이카즈쿠리(烏賊造り), 아지즈쿠리 등을 추천한다. 점원의 추천 대로 주문을 하고 우선 시원한 생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인다.

오토오시로 나온 안주가 간도 적당하고 입맛에 맞는다. 그러면 이 가게의 맛은 걱정할 것 없다. 일본서 30년 살면서 나름 터득한 노하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경험치에 의한 자그마한 생활의 지혜다.

오징어 몸통 상부는 살아 움직이는데 하부는 회를 떠서 그 위에 올려놓은 게 나온다. 아무런 주저함이나 거부감도 없이 굳어 딱딱해지기 전에 먹어야 제맛이라니 젓가락을 분주히 움직였다.

 

고소하고 싱싱한 게 별미다. 뒤이어 아지즈쿠리도 나오는데 도쿄에서 여태껏 먹어왔던 아지타다키나 아지즈쿠리보다 훨씬 맛있다.

생선의 육질이 좋고 크니 식감이 제대로 느껴지고 특유의 고소함이 와사비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입안에서 녹아내린다. 거기에 고구마 소주를 반주로 곁들이니 지복(至福)의 시간이다.

회를 다 먹고 나면 그걸 다시 튀김으로 튀겨준다. 튀긴 오징어와 아지의 식감이 튀김 특유의 고소함과 더불어 또 다른 맛을 제공해 준다.

 

둘이서 고구마 소주 한 병을 비우지 못한다. 40대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 이제 이순을 앞둔 나이가 되니 현실이 되었다. 술은 좋은 안주를 탐미하기 위한 부교제에 불과하지 메인은 어디까지나 향토요리다.

오늘은 학회 참석하여 오랜만에 열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점심에는 사세보 명물이라는 사세보 수제 햄버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22.09.03)

 

* 글 • 사진 : 이헌모 일본 중앙학원대학(中央学院大学)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