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IN이슈=지용진] 분단된 현실이지만 동북아시아는 연결돼 있다. 우린 반도나 고래로부터 지금까지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다.

고구려와 백제의 부여씨는 만주에서 발원해 한반도에 정착한다. 신라는 흉노의 풍습과 유물이 출토된다.

한국 중국 일본은 고유한 몽골로이드계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 먼 옛날 같은 곳에서 살았다는 얘기다.

한반도 정착민들의 유전자 지도에 변형이 일어난 건 4000년 전이다. 혈족 간 같은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정착했다는 증거로 우리역사와 기간이 거의 일치한다.

기원전 4세기 이들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야요이 문화를 일으킨다. 이후 7세기까지 많은 한반도인들이 일본에 도래하는 등 영향을 끼쳤다. 일본인과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거의 일치한다.

길고 장황한 서문을 썼다. 우매령 작가의 ,'추앙관동'을 읽으며 동북아시아 한족의 이동사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수백년간 이뤄진 중원에서 중국 동북 지방으로의 고단한 이주사는 꽤 흥미로웠다.

이때부터 한반도에 여러 동기와 사연으로 한반도에 유입돼 한민족과 같은 역사를 공유하며 정착한 화교의 시발을 그렸다.

중국 유학 등을 통해 발로 뛰며 추앙관동의 역사를 연구하고 취재한 작가의 집중력이 눈에 띈다.

그의 전작 '아버지와 탕후루'가 성장하며 정체성을 찾아가는 발자취라면 이번 저서 '추앙관동'은 보다 구체화된 과거와 미래를 제시한다.

즉 화교 역사의 시발을 찾고 훑으며 미래를 어떻게 살펴나갈지를 작가의 시각으로 녹여낸다.

여기엔 작가가 장년으로 가며 중국에서의 대학원 공부 등의 험로를 열며 인생을 개척해 가는 중년의 여정도 담겨있다.

섬세하고 꼼꼼하며 명확한 필체로 마주하는 세상과 자신의 현실 또 작가가 수놓는 내일의 꿈을 그리고 있다.

유전학적으로 한국인은 20여 민족의 융합체라는 얘길 들은 기억이 난다. 국경의 의미가 퇴색된 유럽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다문화 시대에 피부색과 출신은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다는 작가의 시선이다.

내가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사랑이 있다면 내 뿌리에 대한 확고한 가치는 더 의미 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탕후루' '추앙관동'의 연작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너그럽고 따스한 인생관을 살필 수 있어 좋았다.

작가는 인생의 계기마다 우연 필연으로 만났던 소중한 인연들을 오롯이 기억하며 감사를 표한다.

여기엔 아버지로부터 시작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 찾기란 선명한 동기가 있다.

이를 통해 완성하는 한국에 대한 넘치는 사랑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러면서 한국에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해외로 떠난 화교들의 입장도 전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포괄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하는 성숙한 다문화 정책의 부재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한때 국제화를 부르짖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구호를 내뱉지 않아도 되는 고도화된 국제화 시대다. 엔저로 수백만의 한국인이 일본의 거리를 메우고 있다. 좀 더 시기가 지나면 국경의 의미가 무색해질 시대도 올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도 해본다.

다문화 계층이 없다면 우리 산업과 농촌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중 수교를 맺은 1992년 이후 많은 조선족이 국내에 유입되기도 했지만 정작 그 이전부터 정착하고 오랜 역사를 같이 하며 희노애락을 함께 한 화교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던 게 사실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해외로 떠났지만 유구한 세월을 함께 해온 우리의 이웃 화교에 대한 주목할 만한 책 '추앙관동'을 통해 그들의 미래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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