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는 글을 쓸 때 외래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신문사 논설위원으로 있을 때도 그랬다. 좋은 우리 말이 있는데 굳이 외래어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따라서 인용도 하지 않는다. 공자가 어떻고, 소크라테스가 어떻고는 내 글에 없다. 오풍연 냄새가 나는 글만 쓴다. 잘 쓰든, 못 쓰든 평가를 받으면 된다.

외부 특강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한자어나 영어 등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한 학기 강의 중에도 딱 한 번 쓸 때가 있다. 그것도 세 단어만. Who am I?. 직역하면 “나는 누구인가” 이다. 나는 그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거기에 인생의 답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나한테 있다는 얘기다.

나 스스로에게도 자주 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럼 강해진다. 자신감이 생긴다. 남이 절대로 도와주지 않는다. 모든 것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 그러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누구인가” 물으면 된다.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보아야 한다. 과대 평가해서도 안 된다. 그럼 답이 안 나온다. 지금 나를 솔직히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그렇다. 스스로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낫게 보이려고 한다. 그래선 발전할 수 없다. 자기를 더 낮추어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죽음까지 각오하라는 얘기다. 죽기를 각오하면 못할 일이 없다.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내가 사는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죽기 밖에 더 하겠느냐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의욕이 생긴다. 오기가 생긴다고 할까. 그 오기도 남에게 보이면 안 된다. 오기는 자기 자신만 알아야 한다. 남에게 보이는 순간 만용이 된다. 오기는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다. 사람에게 오기도 필요하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나는 누구인가”. 남탓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일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탓 대신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한다. 핑계와 이유를 대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성공할 수 없다. “내 책임이오”라고 해야 인생의 반전을 꾀할 수 있다. 남의 탓 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정부여당에도 이 말을 꼭 들려주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유체이탈 화법도 종종 본다. 안에서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밖에서 찾으려고 한다. 야당 탓만 하는 것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이렇게 얘기하면 어떨까. “모든 것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앞으로 국민의 뜻을 받들어 낮은 자세로 경제살리기에만 전념하겠습니다.”

“나(문재인)는 누구인가”. 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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