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옛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건강은 과신하지 말고, 병은 소문내라는 속담이 있다. 나도 만성 통증을 겪으면서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그동안 ‘건강전도사’ ‘행복전도사’ ‘걷기전도사’를 자처해 왔다. 그만큼 건강에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많이 걷고, 행복을 느꼈었다. 지금까지 쓴 14권의 책 가운데도 이를 소재로 한 책들이 많다. ‘삶이 행복한 이유’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오 대사의 행복편지’ ‘행복일기’ ‘그곳에는 조금 다르게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쯤되면 ‘행복전도사’라고 해도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통증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졌다. 행복은커녕 죽고 싶은 마음이 더 많았다. 너무 아파서 나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 과정을 소개하겠다. 반면교사 삼기 바란다. 옆구리 통증으로 4달 전부터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먹지 못 하고, 잠도 자지 못 했다. 그러다 보니 평소 체중 72kg에서 6~7kg이 빠졌다. 체중이 빠지고, 오랫동안 입맛이 없으면 무조건 병원에 가야 한다. 이상 신호가 왔다는 얘기다. 이를 그대로 놔두면 병을 키울 수 있다.

나는 비교적 사람을 많이 아는 편이다. 의료원장도 알고, 병원 이사장도 아는 분이 있었다. 그 분들이 정성껏 내 건강을 챙겨주었다. 그럼에도 통증은 계속됐다. 두 종합병원에서 거의 모든 검사를 했지만 결과는 ‘이상 소견 없음’이었다. 나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는 데도 그랬다. 3차 병원인 중앙대병원에도 갔었다. 거기서 1차 시술을 받았다. 그게 지난 9월 27일이다.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첫날은 얼럴했고, 둘째 날부터는 더 아팠다. 대학병원에서도 통증을 못 잡는다 생각하고 포기했다. 10월 27일 2차 시술을 받으려고 했는데 낫지 않는다고 판단해 예약을 취소했다. 그러면서 끙끙 앓았다.

그 날은 잊을 수가 없다. 10월 31일(월) 회사에 일찍 출근해 8시쯤 세종 형님과 통화를 했다. “정말 아파서 못 살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형님이 어떻게 해 줄 수도 없었다. 병원에서 원인을 모른다고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조금 있다가 8시 15분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지용진 대표로부터 전화가 왔다. 또 통증이 심하다고 했더니 그냥 있으면 안 된다며 자신이 서울로 올라오겠다고 했다. 오전 11시쯤 그가 회사 사무실에 왔다. 회사 회장님께 “분당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가보겠다”며 말씀을 드리고 일찍 나왔다.

낮 12시쯤 응급실에 도착해 4시간 30분 동안 기다렸다가 의사를 만났다. 그런데 퇴짜를 맞았다. 서울대 역사상 통증으로 입원시킨 예가 없다며 대신 외래는 잡아줄 수 있다고 했다. 너무 아프니까 주사라도 놔달라고 했더니 그것은 해 줄 수가 있다고 해 진통주사만 맞고 나왔다. 그래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 상태로 다시 서울 중앙대병원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중앙대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그 이튿날 입원할 수 있었다.

그 다음부터 기적이 일어났다. 마취통증과 등 4개과가 협진에 들어갔다. 11월 2일 저녁 전신 MRI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이튿날 나왔다. 11월 4일 마취통증과 신화용 교수님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9월 27일 시술을 해주었던 교수님이기도 했다. 당시는 주사만 맞고 그냥 가라고 해 무슨 주사를 어디에 맞았는 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다른 부위에 주사를 놓겠다고 했다.

시술을 받고 이튿날 일어났더니 입원할 때보다 통증이 절반 가량 준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면 나가도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토, 일요일을 병원서 쉬고 월요일 주치의(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이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있는 그대로 말씀드렸더니 내일(8일)이나 모레(9일) 퇴원해도 좋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나오고 싶어 8일 퇴원했다. 퇴원한 뒤 더 좋아졌다. 입원 당시 통증 정도가 8~9, 퇴원할 때 4쯤 됐다면 지금은 2 이하로 떨어졌다. 통증의 부위와 세기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

정말 지용진 대표와 중앙대병원에 감사드린다. 지 대표가 아니면 병원에 갈 수 없었고, 중대병원이 통증을 잡아 주었다. 영원히 못 고칠 줄 알았다. 결론은 이렇다. 병원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의사도 믿어야 한다. 자기가 판단하면 안 된다. 조금 심각하다 싶으면 3차 병원에 꼭 가기 바란다. 내가 오랫동안 통증으로 고생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제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다. 건강도 다시 찾았고, 행복도 노래할 수 있다. 세상은 살 만 하다. 포기하지 않으면.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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