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세간에서 기자들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무엇보다 건방지다고 한다. 왜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할까. 모두 반성해볼 대목이다.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누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그들 스스로 판 무덤 때문이다. 예의가 없어 그렇다. 기자 하면 거칠고, 싸가지 없다는 말로 대변 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취재를 하고 특종도 할 수 있는 데 말이다.

지금 대통령실과 MBC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동남아 순방 때 대통령 전용기에 MBC 기자를 태우지 않으면서 더 격화됐다. 나는 대통령실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아무리 MBC가 미워도 그런 졸렬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것은 언론의 자유를 방해한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청와대 출입기자(간사)를 했기에 취재 관행을 잘 안다. 결국 MBC 출입기자는 오고 갈 때 전용기를 타지 못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MBC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비판한다. 이른바 ‘슬리퍼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하면서 도어스테핑을 한다.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것.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화하려는 측면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말 실수도 여러 번 나왔지만, 중단하지 않고 계속 하고 있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도 대통령을 거의 매일 볼 수 있고, 궁금한 것은 물을 수 있어 금상첨화다.

MBC 기자만 슬리퍼를 신고 나와 취재를 했단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예전 내가 청와대를 출입할 때도 예의는 깍듯이 갖췄다. 연두 기자회견을 할 때 대통령이 들어오면 기자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목례를 했다. 그것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국가 원수다. 때문에 의전이 엄격하고, 모두가 이에 협조하고 있다.

MBC 기자가 항의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면 더욱 나쁘다. 그 전에도 슬리퍼를 신고 나왔다면 그 역시 좋지 않다.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버릇은 누가 말을 하지 않더라도 고쳐야 한다. 대통령이 출근할 때는 옷을 갖춰 입고 나가는 것이 맞다. 윤 대통령이 아무리 미워도. 그럼 똑같은 사람이 된다. 국민의힘 김종혁 비대위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때 대통령 뒤통수에 대고 소리 지르고 비서관과 고성으로 싸운 MBC 이모 기자. 대통령이 얘기할 때 팔짱이야 뭐 낄 수 있겠다. 그런데 슬리퍼를 신고 온 건 뭐라 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김 비대위원은 나랑 청와대를 같이 출입했다.

언론계 선배로서 MBC에 대해 한마디 한다. 내 경우를 소개한다. 나는 사무실에서 화장실에 갈 때 빼고는 슬리퍼를 신지 않는다. 1층에 볼 일이 있어 내려가거나 구내식당에 갈 때도 반드시 신발을 신는다. 1층에 기자실이 있어도 대통령을 맞이할 때는 신발을 신는 등 예의를 갖춰야 한다. MBC가 출입기자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실이 출입기자를 바꿔달라고 요청해서도 안 된다. MBC 스스로 결자해지 해야 한다. 지금 MBC에 대한 평도 좋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라.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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