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내가 서울신문을 떠난 지도 만 10년이 넘었다. 2012년 2월 그만두었다. 그 때까지 25년 2개월을 다녔다. 신문사가 싫어 떠난 게 아니었다. 서울신문 사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사장에 나서려면 사표를 써야 했다. 국장으로 있다가 그만두었다. 하지만 사장 도전에 실패했다. 그 이후로도 2015년, 2018년, 2021년 등 모두 4차례나 도전했지만 사장의 꿈을 이루지 못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제는 호반건설로 넘어가 그 도전마저 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신문은 정부가 주인이었다. 그래서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곤 했다. 사장 공모도 형식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깨기 위해 잇따라 도전했었다. 결과는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나에게 왜 바보 짓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미리 손을 쓰지 않고 도전한다는 이유였다. 그럼 나는 이렇게 얘기했다. “하루를 하더라도 멋지게 신문을 만들고 싶다”고. 나의 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신문에서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서울신문 후배 기자 5명이 한겨레 경력기자로 옮겼다고 한다. 서울신문 경영권은 지난 해 호반건설로 넘어갔다. 이제 겨우 1년 됐는데 큰 변화가 생긴 셈이다. 서울신문이 좋다면 떠날 리가 없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젊은 기자들이 이직을 생각했을 터. 나는 후배들의 그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사장을 도전했던 것과 같은 생각이었을 것으로 본다.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고 싶다”고.

서울신문과 호반건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떠난 기자들을 비난할 지도 모른다. 단물(위로금)을 빼먹고 떠났다고. 호반건설은 서울신문을 인수하면서 전체 직원들에게 수천만원의 위로금을 준 바 있다. 나는 당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울신문 후배들이 영혼을 팔아 먹었다”고. 스스로 그 같은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위로금 등을 포함한 호반건설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 돈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호반건설이 아니더라도 건설업체가 언론사를 인수하는 것은 뻔하다. 기업의 방패막이가 되려는 생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지금 언론사를 갖고 있는 건설회사들을 보라. 굳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들은 거창하게 얘기한다. 언론창달에 기여하려고 언론산업에도 뛰어들었다고. 이를 곧이 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다. 유독 특정 지역에서 출발한 건설사들이 언론사를 하나 둘씩 인수한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한겨레는 최근 경력직원 공개채용을 진행한 결과 20일 최종 합격자들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서울신문에서는 편집기자(1명)를 포함해 모두 5명이 최종 합격했다. 특히 취재기자의 경우 총 8명의 합격자 중 4명이 서울신문 소속이다. 이들은 2012~2019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4~11년차에 해당하는 주니어 기자들이다. 지난 5년 사이 다른 언론사로 옮긴 기자가 1명에 그쳤던 서울신문에서 기자들이 한겨레로 대거 이직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소식을 들으니 나도 씁쓸하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오죽하겠는가.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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