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도 검찰을 이뻐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많은 조직이라는 점도 인정한다. 무엇보다 오만한 조직임은 부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들에게 무소불위의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전두환도, 노태우도, 이명박도, 박근혜도 구속한 그들이다. 그러나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경수사권 조정안 논의는 잘못됐다고 본다. 검찰의 힘을 빼 경찰에 주겠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여기서 간과한 것이 있다. 그렇게 하면 일반 국민들이 좋아할까. 오히려 국민들이 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솔직히 검찰보다 경찰을 믿지 못해서다. 딱 한 가지 케이스만 보자. 경찰 수사의 구조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수사는 수사를 아는 사람이 지휘도 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 수사를 최종 결재하는 경찰서장을 본다. 수사를 직접 해본 사람이 적다. 수사 출신보다 기획, 경비, 정보 출신이 훨씬 많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지휘 과정에서도 혼선이 야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지청장이나 검사장은 대부분 수사 검사를 거친다.
울산지검 송인택 검사장이 26일 밤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같은 문제점 등을 짚었다고 한다. A4 용지 14장 분량이었다. 송 지검장은 이 글에서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나도 쭉 읽어 봤다.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의원들이 꼭 읽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이해하기 바란다.
송 검사장은 검찰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엉뚱한 선거 제도와 연계돼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선거법 개정안 등과 함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린 것을 '정치적 거래'라며 정면 비판한 것이다. 현직 검사장이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것도 처음이다.
송 검사장은 "(수사권 조정안은) 표만 의식해서 경찰 주장에 편승한 검찰 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는 세월호 참사 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이라고 해경을 해체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개혁 방안은 환부가 아닌 엉뚱한 곳에 손을 대려는 것으로 많은 검사가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검사장은 "경찰이 아무런 제약 없이 수사를 개시하고, 계좌·통신·주거를 마음껏 뒤지고, 뭔가를 찾을 때까지 몇 년이라도 계속 수사하고, 증거가 없이도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거나 언제든지 덮어버려도 책임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했다. 내가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개악은 피하는 것이 옳다. 과연 국민의 편에서 추진하는지도 묻고 싶다.
- 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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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니스트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