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자유한국당 강효상만 탓할 일은 아니었다. 앞서 정청래 전 의원도 한미 정상간 녹취록을 입수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어 파장이 클 것 같다. 아니 강 의원과 같은 수준으로 조사를 하든지, 위법여부를 따져야 한다. 그래야 공평하다. 강 의원도, 정청래도 정신 나간 짓을 했다. 그것들을 버젓이 자랑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정 전 의원은 지난해 1월 방송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입수했다며 일부를 공개했다. 그랬던 정청래가 강효상 일이 불거진 직후 TV에 나와 "이번 건은 기밀 누설이고 중대 범죄"라고 주장했다.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둘이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작년 1월 8일 MBN의 프로그램 '판도라'에 출연했다. 그는 이 방송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했잖아요"라며 "둘이 통화한 거를 제가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로 다 받아봤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가 "통화내역이 다?"라고 하자 스마트폰을 들어보이며 "여기 있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함께 패널로 출연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놀란 듯 "녹음을 받았다고요?"라고 묻자, "녹음을 받았다는 게 아니라 녹취"라고 했다. 진행자가 "이거 2급 비밀 아니에요"라고 묻자, "있어요, 하여튼"이라고 했다.

정청래가 말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는 방송 출연 4일 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당시 방송에서 두 정상의 통화 내용도 일부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전화를 해서 뭐라고 하냐 하면, 완전히 트럼프에 대해서 항상 올려, 칭찬을 해"라며 "(문 대통령이 말하기를)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강경하게 나온 것이 결국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였는데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서 화해 제스처를 한 것은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다(라고 했다)"고 했다.

이에 하 의원은 "좀 불안해, 대외비 위반 냄새가 나"란 말도 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러니까 트럼프가 기분 좋아졌을 거 아냐, 한국 왔을 때 국회 연설한 거 진짜 좋았다. 박수 많이 받았잖아"라며 "그 다음에 문 대통령이 자기 할 얘기 하는거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좀 평창 올림픽 기간에 연기했으면 좋겠다, 막 얘기하니까 트럼프가 금방 들어줘요"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그 말 끝에 '나는 문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 그리고 회담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라고 했다)"고 했다.

당시 정청래의 발언은 강효상보다 훨씬 리얼하다. 녹취록을 통째로 입수했던 것이 맞는 듯하다. 그런 정청래가 강효상에 대해 남의 말하듯 한다. 정청래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같은 사안에 대해 잣대를 달리 들이대면 안 된다. 정청래 역시 입으로 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초한 바다. 국민들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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