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지나친 주장까지 나와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조양호 회장 별세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정권이 죽였다는 말도 나온다. 아주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터. 그러나 지병으로 숨진 게 맞는 것 같다. 악화될 수는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인을 더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장례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도 안될 일이다. 고인은 말이 없다.

일부 언론은 조 회장의 죽음을 의도가 있는 것처럼 다루기도 했다.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 싶다. 이는 유가족들을 더 슬프게 한다. 지금 조 회장 집안은 가장을 잃은 슬픔에 잠겨 있을 것으로 본다. 다행히 부인 이명희 여사를 비롯 세 자녀가 조 회장의 임종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조 회장이 편하게 눈을 감았을 리는 없다. 대한항공의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도적인 기사가 눈에 띈다. ‘조 회장 급서, 적폐 청산 희생자 몇 명째인가’ 라는 사설 제목도 올라왔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정권에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섬뜩하다.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 언론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제목에 진정성이 느껴지는가.

조 회장의 사인이 뭔가 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었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8일 새벽 미국 현지에서 숙환과 폐질환으로 인해 별세했다. 조 회장은 그간 지병으로 폐질환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병이 사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달 말 주총에서 사내인사 연임에 실해한 뒤 병세가 더 악화됐다는 얘기는 들린다.

한진그룹 관계자도 "폐질환 지병이 있었고 완전히 회복됐었지만 다시 안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회장의 지병까지도 숨진 뒤에야 알려졌다. 회사 측이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연말 미국으로 출국했으며, 폐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후 회복했다가 다시 악화됐다고 한다.

한 신문의 사설을 그대로 옮긴다. “조 회장 사망에 대해 재계에선 ‘간접살인’이란 개탄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무리한 얘기라고 할 수 있는가. 이 정부 들어 ‘적폐 청산’ 대상이 돼 목숨을 끊은 사람이 4명이다.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 국정원 소속이었던 정 모 변호사, ‘방산 적폐’로 찍혀 수사받던 기업 임원 등이다”

이 같은 내용을 보면서 느끼는 게 없는가. 정권에 대한 미움이 가득하다. 나 역시 문재인 정부를 수시로 비판한다. 하지만 비판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내가 늘 얘기하는 상식과 도덕률이다. 억지로 갖다 붙이면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 조 회장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여러 가지 말이 나올 수 있다. 고인도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게다.

대한항공 역시 고인의 죽음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죽음은 죽음이고, 법절차는 절차다. 민주주의에서 법이 중요한 이유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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