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대신 마이크 잡고 동문서답식 해명으로 화 더 키워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정부란 게 뭐냐. 무엇보다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정부의 첫 번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한 판 붙자고 하는 것 같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할까. 아니면 일부러 그럴까. 인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도 뉘우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뭐가 잘못됐느냐고 반문한다. 적반하장이다.

김의겸 전 대변이 물러나자 그 자리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메우고 있다. 윤 수석은 김의겸보다 더하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수석에 앉았는지 의심할 정도다. 물론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해명을 내놓고 있겠지만 그 수준이 아주 유치하다. 초등학생들이 다투는 느낌을 받는다. 국민을 뭘로 알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윤 수석이 1일 김의겸 대신 마이크를 잡았다. 그 전에는 김의겸으로 소통창구를 단일화 했었다. 그래서 수석 위에 대변인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윤 수석이 나섰지만 똥볼을 차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도 나온다. 수석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이 안 갈 정도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자진 사퇴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지명 당시에 집이 3채였는데, 이게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후보에서 제외해야 하느냐"면서 "국민 정서 괴리 부분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게 흠인지는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윤 수석은 전날에도 "최 후보자는 교통 전문가다. 국토부 현안 중 교통과 관련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었다. 최 후보자가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전문성 때문에 문 대통령이 그를 지명했다는 것. 최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로 25억원 차익을 남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를 옹호한 셈이다.

윤 수석의 조동호 전 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해명은 더 가관이다. "외국에서 외제차 타는 게 뭐가 문제냐"고도 했다. 그러면서 "(아들이 탔던) 포르셰는 가액이 3500만원밖에 안 됐고, 벤츠도 3000만원이 안 됐다.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윤 수석은 또 "조 후보자가 미국의 아들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 전세금을 올렸다고 자극적으로 보도됐는데, 그 사실 자체가 큰 문제인지 다시 판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수석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느 나라 수석이냐”고. 꼭 그와 같은 논리다. 지금 국민들은 큰 상처를 받고 있다. 이번 개각에 대해 모두 흥분하고 있다. “어쩜 그렇게 모자란 사람들만 골랐느냐”고 한다. 국민들은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도리어 정부로부터 “그런 것도 이해를 하지 못하느냐”고 핀잔을 듣는 기분이다. 윤 수석의 시국 인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본다.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잘못 했으면 잘못 했다고 사과하면 된다. 그게 뭐 어려운가. 신뢰를 잃으면 정말로 큰 일이다. 소탐대실을 항상 생각하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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