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간부 로비스트 박수환씨와 금품거래 등 드러나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요즘 기자들을 ‘기레기’라고도 한다. 기자+쓰레기의 준말이다. 쓰레기 같은 기자라고 할까. 기자 출신인 나도 듣기에 거북하다. 하지만 들을 필요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다. 싫은 말도 듣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 언론은 비판이 주요 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을 비판하려면 자기 자신 또한 흠결이 적어야 한다.

조선일보. 한국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신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예전만 못하다. 그래도 부수도 제일 많고,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조선일보에 기사를 내고 싶어 한다. 조선일보 기자들의 능력도 뛰어나다. 이른바 기자들의 ‘스펙’도 다른 언론사에 비해 낫다. 최근 조선일보 일부 간부급 기자들이 로비스트 박수환씨와 주고 받은 문자가 공개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업자득이다.

문자 내용을 한 번 보자. 낯이 화끈거릴 정도다. 비굴함마저 느껴진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지난달 28일부터 박수환씨와 언론인들 간 기사·인사 청탁 의혹을 보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송의달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박씨를 통해 자신의 자녀를 자동차 회사인 한국GM 인턴에 취업시킨 의혹을 받고 있다. 송 기자는 박씨를 통해 국내 1위 제빵업체인 ‘SPC그룹’으로부터 미국 왕복 항공권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뉴스타파는 강경희 전 조선비즈 디지털편집국장(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박씨에게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조선일보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도 올라왔다. 한 기자가 “조선일보 박은주 부장에게”라는 제목의 1월 30일자 미디어오늘 기사를 공유한 뒤 “기레기가 아니라면 책임을 져라”고 썼다.

박은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 사회부장이 2014년 2월 미국 연수를 앞두고 박씨를 만나 전별금 명목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이 박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본다. “2006년 *** 사장님의 전별금 이후 이런 거이 첨임니다. 너무 큰 배려에 쬐매 무섭습니다. 저희 부부가 신세져 죄송한 맘인데. 거기 하나 더 얹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꾸벅!”이라는 문자를 날렸다.

이보다 앞서 박씨는 기사 청탁 대가로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송 전 주필과 박 전 대표를 “오랜 기간 스폰서 관계”라고 규정했다. 조선일보는 송 전 주필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 간부가 박씨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현직에 있다.

문제는 조선일보의 태도다. 이 같은 비난에도 그들에게 징계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조선일보가 정권에 들이대는 비판의 잣대만큼 기자들에게도 적용하라. 그래야 설득력이 있다. 세상의 눈이 부끄럽지 않은가.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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