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박진수 부회장 퇴진, 삼성 현대 연말 인사도 주목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일반 직장인이 최고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부회장이다. 더러 회장도 하지만, 그다지 의미는 없다. 오너 회장만이 진짜 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5대 그룹에 오너가 아닌 회장은 없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 현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오너다. SK 최태원, LG 구광모, 롯데 신동빈 회장 체제다. 그 밑으론 부회장이 최고 자리다.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 모든 직장인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연봉도 최소한 수억~수십억을 받는다. 직장인의 꽃이라고 할까. 그룹내 영향력도 오너만큼은 못 하지만 상당하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그럼에도 영원한 2인자는 없다. 언젠가는 물러난다. 나이로 따져 65세 전후가 마지노선 같다. 명분은 세대교체. 자의보다는 타의로 일선을 떠난다. 아쉬움도 클 터. 그것이 비오너의 운명이다.
대기업이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LG가 첫 뚜껑을 열었다. 구광모 회장 인사를 선보인 것. 너무 의외였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을 바꾼 것. 박 부회장은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LG화학을 최고기업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더 충격(?)이 컸다.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할까.
LG화학은 9일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글로벌 기업인 미국 3M 신학철(61) 수석부회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1947년 LG화학 창립 후 외부인사를 CEO에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말부터 LG화학 대표를 맡아 온 박진수(66)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후진 양성 역할을 맡는다. 구 회장은 '차기 3M 회장 후보'였던 신 부회장을 'LG맨'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만났다고 한다.
지난 6월 취임한 구 회장이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할 거란 예상을 뒤집고,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한 충격 요법 인사를 펼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LG 고위 관계자는 "LG화학은 그룹 내에서도 실적이 좋은 회사라 CEO를 교체할 요인은 크게 없었다"면서 "글로벌 M&A(인수합병)와 혁신 역량 강화에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올 3분기에 매출액 7조2349억원, 영업이익 6024억원 등 매출액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실적만 보면 CEO를 바꿀 이유가 없었다.
LG그룹 내 다른 부회장들은 어떻게 될까. 그것 또한 재계의 관심사다. 내달 초로 예정된 그룹 인사에서도 '파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LG그룹 내 전문경영인 부회장은 물러나는 박 부회장과 차석용(65), 한상범(63), 조성진(62), 하현회(62), 권영수(61) 등 6명이다. 모두 60대. 이들 중 일부가 물러나고 50대 부회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재계 인사도 그렇다. 인사권자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이재용, 정의선 인사도 주목된다. 오너로서 첫 인사를 하기 때문이다. 2인자 그룹 간에도 눈치싸움이 시작될 듯하다. 더 버티기 위해.
- 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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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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