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상의 회장, 작심하고 쓴소리 쏟아내

[오풍연 칼럼=광교신문]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어딜까. 예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떠올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재벌들도 모두 참여했다. 그래서 영향력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재벌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전경련도 된서리를 맞았다. 급기야 삼성 등 굴지의 재벌들이 탈퇴하면서 위상도 급격히 떨어졌다. 5대 재벌 중 롯데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금은 대한상공회의소(상의)가 우리나라 재계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상의에는 대기업보다 중견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상의 회장이 재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경련이나 경총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는 뜻이다.

박 회장이 최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만 했다. 작심하고 한 것 같기도 하다. 박 회장은 지난 5일 ‘2018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가 열린 광주 라마다플라자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규제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식상하다고 하는데, 규제가 뒤덮고 있는 게 너무 크다”면서 “상당수 규제는 이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받는 수준까지 갔다”고 밝혔다. 굉장히 수위가 높은 발언이다.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주문도 쏟아냈다. “대통령도 규제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국민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훨씬 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풀어줘야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탈(脫)규제’ 쪽으로 가서 꼭 필요한 규제를 정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파격적으로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른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에 공감을 표시한 셈이다.

최근 경기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박 회장은 “최근 (경제)지표나 현장의 목소리를 보면 글루미한(침울한) 상황만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다”면서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인식은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다운트렌드(하향추세)에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로 전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년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밝힌 전망과 상충된다.

박 회장은 “혹자들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개혁, 남북관계 개선 등을 얘기하는데, 이런 것들이 시간이 많이 있어야 효과가 나오는 것이어서 걱정이 된다”면서 “정부가 이제 집권 3년 차에 들어가는 만큼 실기하지 않고 장기적 트렌드(추세)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견해도 피력했다. “성장과 분배는 ‘두마리 토끼’를 좇는 게 아니다”면서 “성장 쪽에서 필요한 건 일을 벌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고, 분배는 양극화 문제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므로 취사선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분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미 실패한 정책을 붙들고 있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제도 타이밍이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