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8100억원 기부의사 밝혀, 근검절약 실천

[오풍연 칼럼=광교신문]홍콩 배우 주윤발. 아주 잘 생겼다. 동양인이라기 보다는 서양인처럼 멋진 외모를 가졌다. 키도 훤칠하다. 고 이소룡과 함께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라고 할 수 있다. 40대 이상은 그의 영화를 한 두 편 이상 보았을 것으로 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1976년 영화 '투태'로 데뷔한 주윤발은 1980∼1990년대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홍콩 누아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아시아를 대표하는 톱스타다. 그는 영화 '와호장룡', '도신', '황후화',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코드네임: 콜드워', '조조-황제의 반란',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등 할리우드와 중화권에서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그의 아름다운 기부 소식이 들려왔다.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것. 자그만치 8100억원이다. 상상이 잘 안 간다. 재벌도 아니고, 연예인이다. 그 많은 돈을 기부한다니. 전세계 기부왕인 미국의 빌 게이츠를 능가하는 것 같다. 이처럼 큰 돈을 모은 경위가 그렇고, 조건 없이 기부하겠다는 것이 그렇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 기부의사를 밝힌 뒤 주윤발이 한 말이다. 얼마나 멋진가.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놓는다는 얘기다. 한국의 재벌을 보라. 움켜쥐려고만 했지, 내놓을 생각은 안 한다. 어떻게 번 돈인데 내놓으란 말이나고 하면 입을 닫을 수밖에 없다.

15일 홍콩 언론에 따르면 주윤발은 최근 영화 홍보차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해 팬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말했으며, 홍콩 영화 매체 제인스타즈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 2010년부터 "세상을 떠난 뒤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해왔는데 이를 거듭 밝힌 셈이다.

그는 평소 사치도 몰랐다. 대중교통 등을 이용했다는 말에 존경심마저 든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을 보라. 조금 뜨면 차부터 바꾼다. 그러나 주윤발은 달랐다. 막대한 재산에도 평소 검소한 생활을 이어갔다. 그래서 홍콩 시민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았다. "한 달 용돈으로 800홍콩달러(약 12만원)를 쓰고, 교통수단으로는 버스를 이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얼마나 자린고비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주윤발은 과거 노키아 휴대전화를 17년 동안 썼던 경험도 공개했다. 그는 "2년 전에야 (노키아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꿨는데, 바꾼 이유는 휴대전화가 고장나서였다"고 말했다. 옷은 주로 할인매장에서 산다. 개인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스케줄이 없을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근검절약을 실천했다.

부창부수라던가.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결정에 주윤발의 아내 천후이롄도 적극 지지했다. 천후이롄은 1959년 부유한 싱가포르 상인의 딸로 태어나 1987년 주윤발과 결혼했다. 두 사람은 홍콩 연예계의 대표적인 잉꼬부부로 불린다. 재산은 천후이롄이 늘렸다고 한다.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이런 것을 두고 말한다. 부부에게 박수를 보낸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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