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제 냉전' ..."전세계가 영향"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한쪽이 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쪽도 맞대응한다. 이에는 이, 코에는 코다. 한쪽이 항복하지 않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최강국인 두 나라가 싸우기에 누가 중재를 할 수도 없다. 둘이 풀 수밖에 없는 처지다.

미국이 24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어치의 중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물리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 역시 예고했던 대로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25일 "24일 0시 1분 미국이 2000억달러의 중국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했고, 동시에 중국 정부도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수입 상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중국 국무원은 미국의 추가 조치에 따라 24일 낮 12시 1분부터 6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었지만, 정작 예고했던 관세부과 시간 이후엔 관세부과 조치가 발효됐는지를 명확하게 발표하지 않았었다. 이에 따르면 새로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총 5207개다. 이 중 3571개 품목에는 10%의 관세가, 1636개 품목에는 5%의 관세가 각각 추가로 부과된다.

중국의 미국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지난 7월과 8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로써 중국은 총 1100억달러 어치의 미국 제품에 5∼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게 됐다. 이는 작년 미국의 대중 수출액 1299억달러(미 상무부 통계 기준)의 약 85%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과 중국 모두 이번 무역전쟁에서 쉽게 물러서기 어렵다.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초강대국인 미국이 다소 유리할 것 같은 느낌은 든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각자의 동맹을 구축하면서 미국과 구 소련이 대립했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새로운 '경제 냉전'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두 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그대로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중국 경제가 구 소련에 비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 소련 경제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던 1970년에도 13%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명목 달러 기준으로 미국의 약 3분의 2에 달한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5% 안팎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편이다. 많은 미국인들도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시스템에 도전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고 믿고 있다. 베이징의 엘리트들도 한 번 겨뤄볼만 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미·중 무역전쟁은 오래 갈 공산이 크다.

두 나라간 무역전쟁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격돌이기도 하다. 누가 세계 제왕 자리를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랄까.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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