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민주당 돈봉투 사건이 확대일로로 치닫고 있다. 자칫 당이 망할 수도 있다. 전체 액수는 9000만원 정도로 크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매표 행위여서 용납받기 어렵다. 그 같은 구상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 틀렸다. 표 매수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것도 진보 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에서 이뤄졌다. 송영길 전 대표가 모를 리 없다. 녹취록에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송 전 대표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다. 그가 당을 위한 마음이 있다면 들어와서 당당히 조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은 당장 들어올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귀국을 압박하고 있으나 귀를 닫고 있다. 귀국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데려올 수도 없다. 그러는 동안 민주당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질 게 틀림 없다. 민주당이 고민하고 있는 대목이다. 시간을 끌수록 유리할 게 없어서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오후 4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11시)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다. 그는 지난 17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일은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16일 송 전 대표와 통화하고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함께 '책임 있는 발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송 전 대표의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18일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우선 지켜보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납득하기 어려운, 또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맞춰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인은 모름지기 무한책임의 자세를 마땅히 지녀야 한다"며 "송 전 대표의 조속한 귀국을 당이 공식 요청한 것이기에 상응하는 화답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돈 봉투' 의혹을 겨냥해 십자포화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송 전 대표를 향해 "당당하면 나와서 설명하면 될 것인데 왜 외국으로 도망가서 자꾸 뒤에서 수근수근하는지 모르겠다"며 "송 전 대표가 출국하게 된 과정도 사실은 외국으로 도망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기 귀국을 압박한다고 하겠다.
검찰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9400만원의 금품이 살포된 의혹을 포착,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도 소환해,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현역 의원 명단'을 추리는 작업 중이다. 돈 봉투를 받은 것으로 언급되는 현직 국회의원이 최소 10명에서 최대 20명으로 추정된다.
JTBC는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살포를 알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녹취파일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파일에 따르면 강 위원은 당시 이성만 의원이 전달해 준 돈 봉투를 캠프 지역 본부장들에게 나눠줬다고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잘했네, 잘했어'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는 대목도 나온다.
송영길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할 일이 아니다. 지도자라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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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풍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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