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심하긴 했다

[오풍연 칼럼=광교신문] 홍준표 대구시장. 최근 당 상임고문에서 잘렸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말이 상임고문이지 엄청난 자리도 아니다. 그런데 쓴소리를 많이 한다고 해촉됐다. 홍준표는 김기현 대표가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며 뒤통수를 맞았다고 했다. 홍 시장과 김 대표는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 전광훈 목사와의 결별 건 등을 두고 신경전을 펴왔다. 그래도 홍준표 해촉은 의외의 강수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잘린다고 가만히 있을 사람도 아니다. 그는 해촉된 뒤 더 훈수를 두겠다고 했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그렇단다. 홍 시장의 입을 막을 사람도 없다. 초년병부터 정치를 그렇게 해왔다. 입심으로 그를 당할 사람이 있겠는가. 혼자 힘으로 원내대표, 당 대표도 했다. 대선 후보도 지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다. 도전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다음 대선에도 나올 게 분명하다.

홍준표가 김기현을 저격하는 것도 계산이 깔려 있다. 지방에 있으면 잊혀지기 십상인데 계속 주목을 받기 위해서다. 실제로 홍준표는 대구에 있는지, 서울에 있는지 착각할 정도이다. 언론도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한다. 따라서 홍준표로서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수위가 점차 높아졌다. 김기현에게 인신공격 가까운 저격도 했다. 대표로서 철학이 없다고도 했다. 그 철학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기현도 그대로 있지 않았다. 홍준표를 상임고문에서 물러나게 했다. 대표가 해촉하면 된단다. 초강수를 둔 셈이다. 김 대표답지 않은 발상이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던가. 현직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상임고문을 맡은 예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홍준표는 정진석 비대위 당시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다. 그 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고 하니 홍준표가 열 받을 만 하다. 홍준표의 해촉을 두고 당내 여론도 갈리긴 한다.

김기현 대표도 문제가 많다. 대표가 되면 달라져야 하는데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로서 한 일이 없다시피 하다. 최약체 지도부가 될 듯 하다. 홍준표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대표로서 결기 같은 게 안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을 걱정하는 것은 이심전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집권 여당의 면모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당의 기강부터 잡아야 한다. 홍준표 해촉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본다.

윤희숙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 나와 "홍 시장이 비아냥이 섞여 있는, 약간 선을 넘은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면서도 "안타깝지만 당 대표는 그런 비아냥을 참아야 한다. 상임고문 해촉이라는 방식은 지지자들한테 '꼰대당인가'라는 위기감을 준다"고 평가했다. 이는 해촉은 너무 나간 수라는 뜻이다. 홍문표 의원도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당 기강을 위해 (해촉) 했다고 하지만, 그걸 보는 제3자 입장에선 (홍 시장의) 저런 정도 이야기로 해촉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는 양론이 상충하고 있다"며 "해촉에 대해 잘했다고 보진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홍준표도 자숙해야 한다. 대표를 흔들어 좋을 리는 없다. 쓴소리를 하더라도 격식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너무 거칠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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