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우리 정치에 정통한 지인이 물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누가 될 것 같아요” 그도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한 낌새를 챈 것 같았다. “저는 안철수가 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랬더니 지인도 “그럴 것 같죠”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런 예상은 오래 못 가 그대로 드러났다. 3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가 김기현을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동안 승세를 굳히려고 하던 김기현 캠프에서는 적잖이 놀랄 것 같다. 당심의 변화 조짐이 나타난 까닭이다.

 김기현은 예전 선거 방식을 썼다. 행사장마다 사람이 넘쳐 났다. 배지도 많고, 시민도 많았다. 그렇다면 김기현이 쭉 앞서나가야 하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다. 수도권 후보론이 먹힌 걸까. 안철수는 김기현에 비해 선거운동이 초라(?)할 정도였지만 결과는 그 반대로 나왔다. 안철수가 당심을 업은 것도 같다. 그럼 잘 뒤집어 지지 않는다. 윤심을 너무 판 게 오히려 역효과를 거둔 듯 하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이다.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는 끝날 때까지 모른다고 했다.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27~28일 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30명(가중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적합한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지지층 한정)에서 안 의원이 39.8%를 얻었다. 김기현 의원은 36.5%였다. 직전 조사에서 안 의원은 19.8%로 김 의원(23.5%)에 이은 2위였다. 안 의원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김 의원을 앞섰다. 오차범위(±4.7%포인트) 내인 3.3%포인트 차이지만, 안 의원이 김 의원보다 상승폭이 크다. 직전 조사 대비 김 의원은 13%포인트 증가했지만, 안 의원은 상대적으로 더 큰 상승폭(20%포인트)을 기록했다.

12.2%로 앞선 두 주자를 바짝 따르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이번 조사에서 7.2%를 얻는데 그쳤다. 이어 조경태 의원은 3.4%로 직전 조사보다 0.4%포인트 올라 4위를 기록했다. 5.2%였던 윤상현 의원은 2.4%로 떨어졌다. '기타후보'와 '적합후보 없음'은 각각 4.2%로 나왔다. '잘 모름'은 2.3%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같은 판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도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 안 한다고 했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을 보면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실의 뜻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힘 당원은 80만명이 넘는다. 그래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또 젊은 당원도 많이 들어왔다. 당심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뜻이다. 김기현 측이 어떻게 나올지 더 궁금하다. 여론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할 수도 없을테고. 여하튼 선거 판은 재미 있게 굴러가고 있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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