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나는 처음부터 불출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점쳐왔다. 사실 출마 명분을 찾기 어려웠다. 나경원이 출마하려고 했던 것은 여론조사 때문이었다. 당원 대상 투표에서 줄곧 1등이 나오니까 뜸을 들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같은 여론조사마저 김기현 의원 뿐만 아니라 안철수 의원에게도 밀리자 믿는 구석이 무너졌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출마해도 승산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경원은 불출마 결심을 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본다. 출마를 강행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서는 격이 된다. 그럼 반윤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나경원은 정치를 하면서 주류 또는 그 언저리에 있었다. 비주류도 그런데 반윤의 상징처럼 비쳐지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준석 유승민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경원도 이 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정치의 세계는 비정하다. 우리 편만 있을 뿐이다.

 나경원은 설 연휴 기간 중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비공개로 만났다. 이 전 총재는 나경원에게 어떤 자문을 했을까. 나는 불출마를 권유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분 같아선 출마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후유증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 나경원이 정치를 안 한다면 몰라도. 그래서 나경원은 숨을 고르는 선택을 한 것 같다. 한 템포 쉬어가기로. 나는 잘한 결정으로 본다. 정치를 기분으로 할 경우 망치기 십상이어서 말이다.

 그럼 나경원 표는 어디로 갈까. 우선 김기현이 유리할 듯 하다. 아무래도 당심은 윤 대통령에게 기울어 있는 까닭이다. 나경원을 주저 앉힌다고 역풍이 크게 불 것 같지도 않다. 역풍이 세게 불면 안철수에게 유리할텐데 나경원이 뜸을 들이면서 예상보다 약해졌다. 따라서 김기현과 안철수는 둘 다 1차 투표서 50% 이상 넘기려고 사활을 걸 듯 하다. 유승민이 출마할 지는 모르겠다. 설령 그가 출마하더라도 변수는 못 된다. 유승민이 10% 이상 득표하기 어렵다.

 나경원이 출마를 접은 데는 윤 대통령의 임기가 많이 남은 것도 무관치 않은 듯 하다. 윤 대통령의 눈 밖에 나면 다음 총선도 기대할 수 없는 까닭이다. 우선 총선서 배지를 달고 다음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당 대표 출마를 하면 다음 공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 당 대표가 된다 한들 힘을 쓰기도 힘든 구도가 됐다.

 나경원은 이번 불출마가 당을 위한 진심임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결단임을 내비친 셈이다. 누굴 지지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이다. 나경원의 결심 역시 국민이 평가할 것이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