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는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이 대법원장에 지명됐을 때 깜냥이 안 되는 사람을 발탁했다는 내용의 칼럼을 쓴 바 있다. 당시 언론들은 신선하다는 등의 찬사를 늘어 놓았다. 그렇다. 춘천지법원장이라고 대법원장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인품과 실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김명수는 거기에 부합하지 못 한다고 판단해 비판적 칼럼을 썼다. 그럼 김명수가 잘 했어야 하는데 현재 법원은 어떤가.

법원은 엉망이 됐다. 물론 내가 보는 눈이기는 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김명수는 대법원장감이 못 됐다. 지금 국민 가운데 김 대법원장을 존경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법부 안에도 별로 없을 듯 하다. 김명수와 그를 추종하는 판사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고 할까. 김명수와 코드를 맞춘 사람만 승승장구 했다. 사법부 안에도 줄세우기를 강요한 것과 다름 없다. 김명수의 눈밖에 나면 한직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판사들이 들고 일어날 법도 한데 그런 기백도 찾을 수 없다. 사법부가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부는 어느 조직보다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인사 원칙도 무너뜨렸다. 서울중앙지법원장도 투표로 뽑는다. 전국 최대 규모의 법원이다.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관 인사 독점권 해소를 위해 김 대법원장이 전면 도입을 공언해 온 제도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고 법원장 선출에 민주적 요소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9년부터 전국 13개의 지방법원에서 17회의 추천이 이뤄졌으며 내년에는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춘천지법, 청주지법, 울산지법, 창원지법, 제주지법 등 7개 법원으로 확대된다.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실력보다는 인기 위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국 국립대 총장도 직선제로 하다가 그 폐해가 커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법원은 어떤 영문인지 몰라도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서울중앙지법원장에 추천된 3명도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내년 9월 퇴임하기 전에 알박기 한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이에 대한 반발도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법관인사분과위원회 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인기투표'로 변질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원장 후보들이 모두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지며 '코드인사' 우려도 나오고 있다. 송 부장판사와 김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수석부장판사에 임명했고 반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더군다나 송 부장판사는 청주지법원장에도 추천됐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도 8일 성명을 내고 질타했다. "김 대법원장은 고법 부장판사를 후보 추천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예규를 만들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면서 "이미 추천제는 인기 투표제로 전락해 법원을 선거판으로 만들고 직업적 양심을 따르는 법관이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각종 부작용을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게 김명수 사법부의 현주소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