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는 10월 31일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8일 퇴원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가 터진 이틀 후 응급실로 달려갔다. 나를 괴롭혀온 옆구리 통증 때문이었다. 지난 4개월은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해 체중도 6kg쯤 빠졌었다. 그래서 나의 분신처럼 여기던 오풍연 칼럼 연재도 10월 5일부터 중단했다. 정신을 집중할 수 없어 칼럼을 쓸 수 없었다. 다행히 중앙대병원서 통증을 잡아 줘 다시 칼럼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날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간 지용진 대표와 병원 측에 거듭 고마움을 전한다.

병원에서는 텔레비전도 보지 않았다. 뉴스도 거의 검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는 병상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래서 병상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써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윤 대통령께 인정에 끌려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내각 총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번 참사는 대충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이런 저런 얘기와 이유를 대지만 분명 인재(人災)였다.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 14일까지 158명이 숨졌다.

윤석열 정부는 먼저 진상조사를 한 뒤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는 아주 순진한 발상이다. 이론적으로는 그게 타당할 수도 있다. 지난 달 29일 사고가 터진 뒤 지금까지 스스로 물러난 사람은 없다. 말들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아니었으면 하는 게 사람 심리이기도 하다. 한덕수도, 이상민 장관도, 윤희근 청장도 물러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지금은 사태 수습이 먼저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자리를 보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이 장관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전을 책임진 총사령탑으로서 사법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정치적 책임은 져야 한다. 그게 공직자로서의 도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실언을 해 희생자 가족을 더 가슴아프게 하고 국민들로부터도 미움을 샀다. 이 장관과 윤 청장은 진작 물러났어야 옳았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4년 후배이기도 하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걸까. 윤 대통령이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할 생각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행정안전부 안에서 이 장관의 평은 좋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굉장히 잘 한다고 했다. 그것과 이태원 참사는 별개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고, 그래야 마땅하다. 한 총리는 아니다 하더라도 이 장관은 물러나는 게 백번 옳다. 이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부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역시 절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러자 당장 민주당이 발끈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있다는 얘기다.

서용주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참 뻔뻔한 장관"이라면서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가 떠오르는 개탄스러운 발언"이라고 했다. 비번임에도 참사 현장에서 최선을 다했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특수본 수사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최 소방서장을 본 받으라.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