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아직도 직장 다니는 사람은 아빠밖에 없어" 올해 36살인 아들이 이 같은 말을 했다. 아들 친구 아빠 중 현역은 내가 유일하다는 것. 물론 나 말고도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64살에 정규직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내 주변을 들러봐도 그렇다. 대부분 정년퇴직, 또는 명퇴를 하고 반백수로 지내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다. 몸도, 마음도 정정한데 일단 60이 넘으면 이 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셈이다.

나는 월ㆍ수 이틀만 출근한다. 2018년 4월부터 그랬다. 1986년 12월 서울신문 수습기자로 입사해 지금까지 현역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다.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지만 주변의 도움도 없다고 할 수 없었다. 때문에 국민연금도 1988년 1월부터 만 60세가 되는 2020년 4월까지 부을 수 있었다. 지금 국민연금 2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연금 만큼은 상위 1% 안에 든다.

나는 직장을 정말 사랑한다. 서울신문에 다닐 때는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았다. 그때마다 완곡히 거절하면서 이 같은 말을 했다. "KBS PD도 마다하고 서울신문에 들어왔으니까 이 곳에 뼈를 묻겠습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그런 다짐을 실천했다. 2012년 2월 서울신문 사장에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낼 때까지 만 25년 2개월 근무했다. 한눈은 절대로 팔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나에게 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신문을 나와 그대로 놀 수 없었다. 사장 도전에는 실패했다. 이 때 공백기기 있었다. 사장 공모가 몇 차례 지연돼 그랬다. 그 해 9월부터 대구 대경대 초빙교수, 10월부터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으로 겸직을 시작했다. 초빙교수로 9학기, 논설위원으로 4년을 각각 근무했다. 두 곳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대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내려갔다.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다녔다. 서울역에서 5시 30분쯤 출발하는 첫 ktx를 이용하곤 했다. 4년 반 동안 한 번도 결강을 하지 않았다.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은 계약직이었다. 그러니 대우가 좋을 리 없었다. 정규직 연봉의 반도 안 됐다. 그래도 불만이 없었다.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 감사한 마음으로 다녔다. 최선을 다했음은 물론이다. 급여가 적다고 불평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얼마를 주든 묵묵히 일해야 한다. 급여를 많이 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다. 기자생활 30년을 마감한 뒤 간 곳은 휴넷이다. 인생2막을 이곳서 시작했다. 비록 11개월 가량 있었지만 신문사 아닌 다른 곳의 실상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준 곳이다.

자기 직장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본다. 기본이 덜됐다고 할 수 있다. 누워서 침뱉기나 다름 없다. 끼리끼리 모여 회사 욕하고, 동료 흉보고 하는 행위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내가 회사 특강을 할 때 '직장을 사랑하자'는 주제를 빼놓지 않는다. 직장이란 그렇다. 다닐 때는 그 고마움을 잘 모른다. 나와서 놀고 있으면 그래도 그 때가 좋았다고 후회한다. 내 직장은 나부터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퇴근하자. 그래야 자기 발전도 있다. 명심하자.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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