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참 정치는 알 수 없다. 어제의 동지가 적이 되고, 그 반대로 적이 동지가 되기도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런 사이다. 둘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다. 홍준표가 나이도 많고, 사법시험 기수도 한 참 선배다. 홍준표는 연수원 14기, 윤 대통령은 23기다. 홍준표도 동기들에 비해 다소 늦게 합격했지만 윤 대통령은 그보다 훨씬 늦었다. 윤 대통령은 9수를 했다.

둘은 외나무 다리에서 만났다. 정치에서는 더 초보인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를 거머쥐었다. 홍준표가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이겼으나 당심에서 밀려 후보가 못 했다. 그렇다. 정치는 세와 지명도다. 둘을 모두 갖춰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홍준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름을 날렸지만 정치를 오래 했음에도 세, 즉 조직이 없었다. 그에게는 통탄할 일이었다. 반면 윤석열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이른바 당심을 꿰찼다.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다.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당심을 얻지 못하면 세대결에서 불리하다. 홍준표가 이를 뼈저리게 느낀 뒤 사람이 달라진 느낌이다. 예전 홍준표 같지 않다. 아부도 할 줄 안다. 그전에는 돈키호테 같았다. 혼자 힘으로 원내대표도 되고, 당 대표도 됐다. 그런 요직을 거쳤으면서도 세를 만들지 못 했다. 그의 조직이 없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당에 홍준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 또한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가 요즘 부쩍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있다. 어떤 친윤보다 윤 대통령을 감싼다. 홍준표의 영향력은 적지 않기 때문에 윤 대통령도 그를 다시 보고 고마워 할 듯 하다. 얼마 전에는 둘이 따로 대통령실서 만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윤 대통령도 홍준표를 필요로 하고, 홍준표 역시 윤 대통령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느꼈을 법하다. 만약 홍준표가 윤심(尹心)을 가져온다면 다음 대선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치에서도 공짜는 없다.

나는 국민의힘 다음 대선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의 대결로 본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거론되고, 유승민 전 의원도 거론되지만 한동훈과 유승민은 뒷심이 딸리지 않을까 여긴다. 현재 여론조사에는 이 둘이 앞서 가지만 끝까지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터. 한동훈의 경우 윤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면 함께 떨어질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인기가 오르면 한동훈도 지금보다 더 다크호스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유승민이 1등으로 나온다. 이는 반대급부 현상 때문이 아닐까. 윤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유승민을 찍을지 모른다. 그리고 유승민은 대선에 두 번 나왔지만 지명도가 많이 떨어진다. 대중성이 없다는 얘기와 다름 없다. 나는 유승민을 보면 정세균이 생각난다. 둘 다 능력이 있고, 인품도 흠잡을 데 없지만 대중성이 부족하다. 홍준표의 윤석열 감싸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듯 하다. 윤심을 얻기 위해.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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