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오너들이 있다. 나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과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그들. 둘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서 회장은 맨주먹으로 세계 굴지의 바이오 회사를 만들었다. 신화를 창조했다고 할까. 국내 부자순위 5위 안에 들 정도로 부도 쌓았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방 의장도 무에서 유를 써내려가고 있다. 게임 분야에서 거대 회사를 만들었다. 둘 다 존경받을 만 하다.

그런데 눈에 거슬리는 기사가 보였다. 셀트리온이 시대착오적 복장규정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요약하면 청바지와 라운드 티는 입지 말라는 것. 지금 어느 때인지 묻고 싶다. 정장 대신 자율 복장으로 가는 추세다. 특히 청바지는 자율복의 대명사처럼 여겨진다. 예전 스티브 잡스도 신제품을 소개할 때 청바지와 라운드 티 차림이었다. 실용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복장의 자유로움 속에서 아이디어도 샘 솟는다.실리콘밸리에 가면 정장 차림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회사 전 직원에게 '직장인의 기본 소양 지키기 캠페인'이라는 제목의 공지 메일을 보냈다. 공지에는 "사내 업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셀트리온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제안과 실천을 당부한다"는 내용과 함께 4가지 지침이 담겼다. 지침에 적힌 구체적인 복장 규정은 △라운드티, 청바지, 트레이닝 바지, 후드티, 덧신 양말 금지 △카라티, 면바지, 검은색 계열의 운동화, 단정한 재킷의 비즈니스 캐주얼 △임원들은 최소한 정장 착용 등이다.

이외 근무시간 준수 사항으로는 △근무시간에 휴게실 장기 체류 자제 △점심시간 준수(미리 줄 서서 대기하지 않기 및 근무시간 전 복귀 △근무시간 동안 개인 인터넷 등 개인 용무 자제 등이 게재돼 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꼰대다', '아니다'를 두고 설왕설래가 오갔다. "사측에서 단정한 차림을 요구하는 것은 가능한 부분", "오히려 정장을 입는 편이 옷 걱정이 덜하다"는 옹호 의견과 "시대착오적인 발상", "코로나19 시기에 자율복장이라는 근무조건을 듣고 취업한 이들은 취업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등의 비판적인 견해가 대치하는 식이다.

이 같은 지시는 강요에 다름 아니다. 자율에 맡겼으면 직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직원들도 튀는 복장을 하고 회사에 나올 리는 없다. 이 중 청바지 만큼 실용적인 옷이 있을까. 나도 기자생활을 그만 둔 2016년부터 지금까지 청바지만 입고 출근하고 있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얇은 청바지 2~3벌, 두꺼운 청바지 2~3벌이면 1년 내내 바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청바지는 유행도 안 탄다. 가격 역시 저렴하다. 5만원 안팎이면 한 벌 살 수 있다.

그 같은 복장 규정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서 회장이 내렸다면 대실망이다. 실무자가 지시 없이 만들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한다. 이 같은 지시를 거두어야 한다. 직원들도 불만이 많다고 하지 않는가. 뭐든지 지나치면 안 된다. 이번 복장규정은 너무 지나쳤다. 서 회장이 앞장서라.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