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얼마 전 예기치 않은 위출혈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장관님이 전화를 주셨다. 당시 외부 전화는 안 받고 있었는데 정 장관님 전화는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관님과 특별한 인연 때문이기도 했다. 병원에 있다고 하니까 먼저 걱정부터 하셨다. 장관님은 위출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계셨다. 장관님도 원인 모를 빈혈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셨다. 동병상련이랄까. 나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져 극심한 빈혈을 경험했던 터였다.

본론은 그게 아니었다. 이런저런 안부도 주고받았다. 아주 오랜만의 통화였다. 장관님이 책(자서전)을 하나 썼는데 집으로 보낼테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자서전을 낼까말까 여러 번 망설였다고 하셨다. 이유인즉 자기 자랑이 될까봐 그랬다고 했다. 나는 반론을 폈다. "선배(장관)님은 책을 쓰실 자격이 충분합니다. 벌써부터 기대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 같은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많이 웃었다.

먼저 장관님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장관님은 충남 청양군 화성면 화암리에서 태어났다. 우리 어머니 고향이기도 하다. 외갓집이 있었던 곳. 장관님과 네째 외삼촌이 초등학교 친구다. 외삼촌은 늘 장관님 자랑을 했다. 그도 그럴 만하다. 청양농고 출신이 고대 정외과를 나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승승장구했으니 말이다. 두 분은 지금도 친하다. 장관님이 나에게는 대학 선배다. 나는 철학을 전공했다.

그런 장관님을 2005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으로 계실 때 처음 뵈었다. 내가 서울신문 공공정책부장으로 있을 때다. 인터뷰를 하러 대전으로 내려갔다. 나는 당시 우리나라 공기업 CEO들을 매주 한 명씩 만나 인터뷰를 했다. 50명 가량 만났다. 장관님은 그들 가운데 가장 에너지가 넘치고, 박식했다. 말도 청산유수였다.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런 분도 계시구나" 했다. 선배님이 자랑스러웠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국토해양부 초대 장관으로 정종환을 발탁했다. 고시 10회 동기 중 장관은 늦게 한 셈이다. 장관님은 최장수 국토부장관 기록을 세웠다. 3년 넘게 재임했다. 그러자 실세장관이라고 하기도 했다. MB의 신임이 절대적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로써 신임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장관님을 잘 안다. 절대로 아부할 분은 아니다. 일밖에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책에는 그런 과정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책 내용은 소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꼭 읽어보기를 바라서다. 어제 오후 책을 받은 뒤 앉은 자리서 끝까지 다 읽었다. 책 제목은 '강에는 물이 넘쳐 흐르고'이다. 웬만한 소설책보다 훨씬 재미 있다. 내가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으니까 아내와 아들이 이랬다. "그렇게 재미 있느냐"고. 자서전이지만 흥미진진하다. 한 장을 읽으면 다음 장이 궁금해진다. 자신 있게 일독을 권한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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