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광교신문] 나경원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반기는 드는 걸까. 지금 하는 언행이 그렇다. 그게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윤 대통령이 나경원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었다. 윤 대통령도 배신감을 느꼈을 법 하다. 윤 대통령은 사람을 끌어안는 성격이다. 그러나 등을 돌린 사람에게는 단호하다. 유승민 이준석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나경원도 그것을 모를 리 없을 터. 그래서 고민이 더 깊어질 듯 하다.

이른바 친윤은 나경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반면 나경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줄곧 1등이 나오자 출마를 벼르고 있다. 아직 최종 결심은 하지 않았다. 나경원 측근들은 출마할 것이라며 군불을 때고 있다. 윤 대통령이 14일부터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차례로 방문하는 6박 8일 일정에 들어간다. 나경원은 출마하더라도 윤 대통령이 귀국한 뒤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결국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나도 처음에는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았으나 현재는 반반이다.

윤 대통령은 13일 오후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했다. 나경원은 같은 날 오전 저출산위에 대리인을 보내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다만 기후환경대사 사직서는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촉하는 대신 해임을 한 것을 보더라도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화나 있는지 읽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학 후배이기도 한 나경원을 아꼈다. 장관급 두 자리나 동시에 맡긴 데서도 드러난다.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해임에 맞춰 나 전 의원을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에 빗대 공격하고 나섰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모두 윤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자객 공천'과 '당원권 정지 징계' 등으로 정치적 입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익을 위해서 세일즈하러 나가는 대통령의 등 뒤에 사직서를 던지는 행위가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정부를 위한 길이냐"며 "당에 분탕질하는 게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르냐"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아닌가. 나경원이라는 바위가 윤석열 정부라는 역사의 큰 강물을 막아도 그 강물은 바다를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 전 의원을 윤석열 정부 성공의 방해물로 공개 지목한 셈이다. 친윤계인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성공이 대한민국의 성공"이라며 "그래서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나 전 의원을 '제2의 유승민'으로 규정했다.

나경원이 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다면 부위원장이나 기후대사 자리를 맡지 말았어야 옳았다. 3개월 만에 박차고 나올 것이라면 누가 좋게 보겠는가. 나경원이 순전히 믿는 구석은 여론조사다.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것. 하지만 정치는 자기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한다. 나경원이 이런 장벽을 뚫을 수 있을까. 당심이 바뀔 수도 있다. 나경원의 정치 생명이 달렸다.
#오풍연칼럼

오풍연 칼럼니스트
오풍연 칼럼니스트
  • 1979년 대전고 졸업
  • 1986년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 1986년 KBS PD, 서울신문 기자 동시 합격
  • 1996년 서울신문 시경 캡
  • 1997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 2000 ~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간사)
  • 2006 ~ 2008년 서울신문 제작국장
  • 2009년 서울신문 법조大기자
  • 2009 ~ 2012년 법무부 정책위원
  • 2011 ~ 2012년 서울신문 문화홍보국장
  • 2012. 10 ~ 2016. 10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 2012. 09 ~ 2017. 02 대경대 초빙교수
  • 2016. 10 ~ 2017. 09 휴넷 사회행복실 이사
  • 2017. 10 ~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 2018. 05 ~ 현재 오풍연 칼럼방 대표
  • 2021. 05 '윤석열의 운명' 저자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