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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헌

[광교신문=안용헌의 '기타르티아데'] 삶이란 긴 독백과 같다. 사람은 아무리 발버둥 쳐본들 1인칭 주인공 시점을 벗어날 수가 없으며 그 고독함을 달래보려 수많은 인간관계를 가져본들 결국 하루 끝 마주하는 상대는 ‘나’ 자신이다. 사람들은 ‘나’와의 대화를 작은 따옴표로 남겨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편지, 책을 거쳐서 지금 쓰고 있는 인터넷 신문, SNS까지 어쩌면 모두 고독의 산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말’의 한계성을 잘 알고 있고 그것에 의심을 갖는다. 거짓에 물들기 쉬우며 ‘솔직함’을 담기에 난해한 부분이 참 많다. 삶에 전지적 서술자가 없다는 것은 가장 억울하면서 공평한 점이다. ‘음악을 남긴다.’, ‘그림을 남긴다.’ 등 모든 예술 행위에는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솔직하지만 강요하지 않는 가장 공평한 ‘언어’, 내게는 ‘음악’이었다.

대학교에 들어와 누군가 그랬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일과 취미가 같은 사람이다.’라고. 물론 수용하고 싶지 않은 주장이었지만 그 후 꽤 오랫동안 ‘나는 악기 외에 뭘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수백 번 과거와 현재를 오간 끝에 ‘글’과 ‘그림’을 찾아냈다. 뭐가 그리 억울하고 사무쳐 남기고 싶은지 지금은 ‘사유’보다 ‘본능’에 가까운 듯 싶기도 하다. 결론으로 나는 요즘 글 쓰는 게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음표와 달리 ‘공평’과는 거리가 멀어도, 조금 치우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하는 나’와 ‘글을 쓰는 나’는 다른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로 4번째 칼럼, 어려운 이야기만 하느냐고 정작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소개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을 엮어 Q&A 코너를 마련해봤다. 이 글을 통해 우리가 조금 더 정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이다.

 

- M.M.Ponce Sonata No.3 2악장 ‘Chanson’

 

Q. 자기소개 해주세요!

저번 달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했구요. 나이는 25살, 대학동 고시촌에 거주하고 있는 클래식 기타 전공생입니다. 아직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자기소개하기는 좀 어색하네요. 제멋대로 살고 있는 ‘프리랜서’입니다.

Q. 악기하는 분으로 알고 있는데 글은 언제부터 쓰셨어요?

제가 쓰고 싶어서 쓴 글은 대학생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그 전에도 많은 글들이 있었지만 학창 시절 반성문이라던가, 방학 숙제 독후감 등등... 자의에 의한 것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력의 좋은 스승을 꼽으라면 저들을 꼽을 수 있겠네요. 여담으로 작년에 모 신문사의 신춘문예 시 부문에 참여했다가 크게 삐져서 글은 아닌가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Q. 코로나로 인한 연주 취소, 심정이 어떠신가요?

이전까지 연주라는 것은 제 컨디션이 어떻든, 준비 상태가 어떻든 일정이 잡힌 이상 그 날에 무조건 행해지는 불변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게 깨졌네요. 첫날에는 상실감이 커서 종일 힘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연주 취소가 계속되면서 상실감보다는 아무 일 없는 이 상태가 편안해질까 두려워졌습니다. 안주하는 것이 무서웠고 집에서 이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 칼럼도 그중에 하나입니다.

Q. 본인만의 연습 방법이 있는지?

저만의 연습 방법이라기보다 좋아하는 연습 방법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영상을 찍어서 모니터링 해보는 것인데요. 막연히 촬영을 한다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는 것이고, 영상 자체를 ‘작품’, ‘기록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의 것이 나올 때까지 재촬영 해보세요. 최근 제 핸드폰 앨범 휴지통에는 연주 영상만 400개가 넘습니다...

Q. 연습을 가장 방해하는 것은?

특별한 것은 없는데 연습할 때 가능한 한 모든 것들을 가장 최적의 컨디션으로 세팅해두는 편입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미리 마셔두고, 조금의 졸림도 없는 상태, 약간의 카페인도 미리 섭취하고 주변 정돈도 해둡니다. 반대로 그것이 안 되면 시작을 안 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쓸데없이 예민하게 구는 점도 있네요. 그렇게 세팅하고 연습을 시작하면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슬슬 차오르기 시작합니다. 역시 가장 방해하는 것을 꼽자면 ‘사람 간의 문제’겠지요. 뇌를 잠시 마취시키지 않는 이상, 최적의 상태로 만들긴 힘들겠더라구요. 그리고 그것의 가장 무서운 점은 차가운 이성을 요구하는 연습도 감정적으로 만들곤 한다는 점입니다. 요즘은 뭐 ‘사회적 거리 두기’ 덕분인지 그마저도 딱 좋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모든 것이 취소되고 있는 시국이라 무엇을 말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일단 악기 공부를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고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어 다시 무대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지금처럼 집필활동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구요. 욕심만 많은 것 같지만 대학교 재학시절보다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 너무 ‘우물 안 개구리’ 같을 때가 많거든요. 요즘 드는 생각인데 ‘착한 사람’은 너무 추상적이기도 하고 이미 물 건너간 것 같기도 하고,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기타 연주자 안용헌 인스타그램: dragon_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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