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헌
안용헌

[광교신문=안용헌의 '기타르티아데'] 옛 선생님께서는 기타 음악을 ‘벌꿀’에 비유하셨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한 번 스며들면 아주 깊고 진하게 스며든다는 점에서 하신 말씀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타 음악’이란 클래식기타 작품, 즉 클래식기타로 연주된 음악을 뜻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대중들은 보통 굉장히 헷갈려하며 ‘기타는 기타고, 클래식기타는 또 뭐지?’ 생각할 수 있다. 21세기에서 ‘기타’의 디폴트는 ‘통기타’로 맞춰져 있다.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TV 속 대중음악을 반주하는데에 쓰이는 그것, 내 나이대 친구들은 아이유를 떠올리는 바로 그것이다.

두 기타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에 외형적 차이의 설명도 도움이 되지만, 기타의 역사를 알게 된다면 더 빠르고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과거 문화 예술을 이야기할 때, 자주 나오는 단어들이 있다. ‘르네상스’, ‘바로크’ 등등,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고 싶다.

사실 르네상스 시대(약 14~16세기), 심지어 그 이전에도 기타는 노래 반주에 사용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류트’라는 기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악기가 성행하였는데 이에 맞춰 부르는 노래들이 많이 작곡되었고 지금도 성악가들에 의해 자주 연주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바로크 시대까지 단지 성악곡뿐만 아니라 기악 독주 혹은 협연곡에도 관심이 많아지면서 류트 독주를 위한 모음곡, 소나타 등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곡되곤 했다. 이 때 우리가 잘 아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도 류트를 위한 작품을 다수 남겼다.

-The Lute Player-
-The Lute Player-

그렇다면 지금의 기타 모양은 언제 생겨났는가? 바로 고전시대, 1800년대에 들어와서 현대와 비슷한 모양의 기타가 사용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줄리아니, 아구아도, 소르 등의 고전 기타 음악가들에 의해 독주악기로서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했고 ‘어떻게 더 효과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시작되었다.

19세기 중 후반, 홀은 커졌고 합주의 규모는 점점 대형 오케스트라로 발전하였다. 그에 맞춰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해 현악기들의 활, 줄 등 많은 부분이 개량되었고 관악기 쪽에서는 다양한 금관악기들이 새롭게 탄생하였다. 그 중간에 작은 음량을 가진 기타는 살아남기 쉽지 않았고, 점점 더 규모가 큰 연주들이 자리잡게 되자 기타계는 자연스럽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클래식기타 레퍼토리에 낭만시대 작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게 20세기에 들어와 기타계에 빼놓을 수 없는 불세출의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세고비아, 그의 전 후로 기타계는 나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20세기 중반 한국에서 최초로 통기타를 만든 회사도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세고비아의 등장으로 인해 기타의 독주악기로서 가능성은 완전히 되살아났다. 당시 수많은 음악가들이 그에게 곡을 헌정하기 위해 나섰고 기타계는 다시금 황금기를 맞았다. 실제로 현대 기타리스트들이 연주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세고비아 헌정 작품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큰 업적 중에 하나는 ‘편곡’에 관한 것인데 바하의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 헨델 등 거장들의 잘 알려진 작품을 기타로 편곡했다. 이 레퍼토리들이 크게 성공했고 이후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편곡 작업에 착수하게 되어 바하의 무반주 작품 중에는 기타로 연주하지 않는 곡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Violin Partita No.1 BWV 1002 Tempo di borea – Double

그렇게 현대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기타’하면 세 종류를 떠올릴 수 있다. ‘클래식기타’, ‘일렉트릭 기타’, ‘통기타’. 사실 개인적으로 이 악기들의 차이점을 부각해서 이야기하고 선을 긋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앞서 19세기에 그러하였듯 이들은 용도에 맞게 개량되었을 뿐이며 그들이 담고 있는 ‘음악’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다만 용도, 쓰임이 다르다는 것은 서로 잘 맞는 장르가 다르다는 뜻이다. 큰 울림통과 쇠줄을 이용하는 통기타는 코드를 잡고 노래를 반주하는 데에 잘 맞으며 혹은 핑거링을 통해 재즈나 뉴에이지 등의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 잘 어울린다. 반면 클래식기타는 쇠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한 나일론, 카본 줄을 통해 조금 더 따뜻한 소리를 낼 수 있고 음색을 변화하는 데에도 특화되어 있다. 이는 모두 클래식 작품들을 연주하기 위해 고안된 부분들이며 19세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분들이 대다수이다. 이 차이는 ‘성악과 가요’에 빗댈 수 있으며 ‘피아노와 키보드’로도 이야기할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대중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본인의 취향과 소신껏 자신있게 이야기 한다. 아쉽게도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잘 알지 못하는 분야라고 생각되는지 소극적이어지곤 한다. ‘쇠줄’에서 ‘나일론줄’로 변했다고 해서 음악의 본질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감정, 풍경 어떤 것이든 좋다. 무언가를 느꼈다면 당신이 느낀 그것도 분명히 수많은 정답 중 하나일 것이다.

 

기타 연주자 안용헌 인스타그램: dragon_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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