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의 시와 삶 (17)

최상현
최상현

[광교신문 칼럼=최상현]

봄이 온다, 봄이 왔다

 

봄을

빨리 맞으라고

2월은

숫자 몇 개를 슬쩍 뺐다

 

봄꽃이

더 많이 피라고

3월은

숫자를 꽉 채웠다

 

- 신복순, <2월과 3> 전문

 

짧은 2월이 빨리 가고 뜻깊은 100주년 삼일절을 기념하면서 3월을 맞이하였다. 남녘에서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더니 어느새 중부지방에도 꽃망울이 터지고 있다. 봄이다. 햇살이 부지런히 꽃망울을 간지럽히고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한 온갖 꽃들이 다투어 웃음보를 터뜨리고 있다.

봄은 꽃의 계절이고 희망의 계절이다. 봄은 가장 많은 시인들이 시를 쓰고 모든 사람들이 가장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계절이다.

봄에 농부들은 땅을 새로 일구어 뿌린다. 봄에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각급 학교에서는 새 학년을 시작하고 새 식구를 맞이한다. 한때 서양 나라들의 학제에 맞춰 가을에 새 학년을 시작하도록 하자는 얘기가 돌기도 했으나, 나는 만물이 약동하는 새 봄과 함께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모두 흙이불을 걷어차고 돋아나는 새싹처럼, 간지러움을 견디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는 꽃들처럼 새 봄을 맞이할 때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맑은 바람 밝은 햇살 흠뻑 들이마실 때이다. 마음속의 묵은 때를 벗겨내고 새 희망, 새 꿈을 가득 채울 때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어가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일 때이다.

오세영의 <3>3월이 오는 모습을 여러 가지 소리로 노래한 시이며, 신현림의 <봄의 노래>는 봄이 오는 모습을 감각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는 시이다. 교과서에도 실려 누구나 알고 좋아하는 조병화의 <해마다 봄이 오면>은 봄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을 아주 쉬운 말로 힘차게 노래하고 있다.

 

3/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봄의 노래 / 신현림

 

종다리 높은 울음에

모두 잠에서 깨어나기로

약속이 있었나보다

 

민들레 뽀얀 얼굴.

천사 꿈을 꾸고

마파람 간지러움에

까르르 개나리 웃음소리

 

아침부터 취한 진달래 보며

장독대 아지랑이 어지럽단다

 

가만히 있어도 가득 차는 금빛 아래

생명들의 그림자 놀이

 

푸른 풀밭에 발돋움하고

수줍게 걸어오는 봄 각시여.

 

해마다 봄이 되면 /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 프로필

 

- 1979 공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 1983년부터 고등학교 영어교사, 장학사, 교감을 역임하고 현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장

- 시 읽기, 시 낭송, 시 상담에 큰 관심을 갖고, SNS를 통한 시 나눔에 힘쓰고 있는 등단 시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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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