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내각의 전면수술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 교체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오늘 9시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 담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경실련은 박 대통령이 오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종책임자 의식을 가지고 사과와 함께, 특별법과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유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직자들의 취업제한 강화, 이해충돌과 청탁배격을 위한 일명 김영란법 제정 등 공직윤리 강화, 민관유착 방지와 공직개혁 등 그간 시민사회가 계속해서 제기해왔던 내용을 수용한 것은 전향적으로 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간접적 책임규명 부문에 있어 관련자의 직접적 법적 책임 외에 청와대·내각 등 정치적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점, 그리고 국가 재난안전체계의 개편에 있어 즉흥적 접근을 보인 점은 잘못된 것으로 신중한 검토와 접근을 촉구한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실 산하 국가안전처 신설과 해경 해체는 각계각층 의견수렴을 통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 신설을 통해 해경을 해체하고, 안행부의 안전과 인사·조직 기능을 안행부에서 분리해 안전 업무는 국가안전처로 넘겨 통합하고, 인사·조직 기능도 신설되는 총리 소속의 행정혁신처로 이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 안전 및 재난관리 역할을 하는 국가안전처를 총리실 산하에 둔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조직의 권한과 역할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에서 나온 즉흥적인 대책이다. 즉 국가 재난 및 안전관리는 관련 부처에 대한 조율, 필요한 경우 군의 지원요청, 사고예방 및 긴급 수습과 관련한 책임성 있는 지휘 역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책임 총리제도 아닐뿐더러, 큰 권한이 없는 총리실에 국가안전처를 둘 경우 향후 긴급 재난이 발생할 경우 조속하고, 효율적인 정부 부처조정 등 대처가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리고 세계적인 흐름도 안보개념을 전통적인 외교안보적 협소한 개념에서 포괄적 안보개념으로 확대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직결되는 ‘재난’ 등을 안보개념으로 포함하여 행정부 수반이나 국가원수가 직접 책임지도록 직속기구로 두고 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해경의 구조업무가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며 해경을 해체해,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넘기고, 해양 구조·구난 분야는 신설하는 국가안전처로 넘긴다는 계획이다.물론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은 긴급구조 태만, 민관유착 의혹 등 큰 책임이 있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해경은 해양구조, 수사 및 정보기능 외에 해양 경비 등의 역할을 가지고 있어, 해체되어 경찰청으로 넘어 갈 경우 중요한 해양경비 부문이 후순위로 밀리거나 전문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급하게 국가재난 및 안전 시스템을 개편할 것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과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부처장들의 법적 책임을 묻는 수준을 벗어나, 내각의 전면적 수술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

이번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피해가 커진 이유는 안행부, 해수부, 해경 등의 직접적 책임외에도 근본적으로는 총리, 내각, 청와대, 국정원 등 무사안일과 눈치보기 등으로 인한 총체적 국정운영의 실패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을 그대로 둔 채로 사건 수습을 하고 제도 개선을 한다는 것은 국민적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긴급구조태만 및 지원소홀, 안전관리·감독 실패, 구조체계 혼선 등의 책임소홀 등은 모든 부처의 문제이고 잘못된 인사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대통령 담화내용의 진전성과 실행가능성은 당파적 이해의 틀 속에서 단행해온 인사를 국민통합적 틀에 맞는 인사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법과 제도가 무척 중요하지만, 그 취지를 이뤄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통령 주변의 핵심 포스트에 포진해 있는 공안통치와 정보조작 통치를 주도해온 인물들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인물로 즉각 교체하고, 언론에 대한 통제의지를 내려놓는 것으로 담화내용을 뒷받침해야 국민의 기대와 신뢰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5월1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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