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25% 초저금리 유지… 물가 폭등에 정책 실기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두달 연속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25%로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여러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시장에서도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한은은 미국의 더블 딥 가능성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세계 경제의 경기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폐지 등 파격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이번 금리 동결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5.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2.00%까지 낮춘 뒤 16개월 동안 동결했다. 지난 7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두 달 연속 동결해 2.25%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은데다 하반기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한은이 금리 인상의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물가가 걱정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 수준으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3.0%를 밑돌고 있지만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등 물가가 급등한데다 추석 이후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3%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로 기대 이상의 빠른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 들어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면 금통위가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동환 연구원도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또는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를 진작 올렸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
진단에서 "신흥시장의 경제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며, 선진국 경제는 미국 등의 성장세 둔화 움직임이 나타났으나 대체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주요국 경기의 변동성 확대 등이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우리 경제가 금융완화 기조하에서 견조한 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6.1%로
상향 조정하면서 중립적인 정책금리 수준을 연 4.25%로 제시한 바 있다. 2%포인트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7월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은 한은이 강조해 왔던 통화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최소 한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면서 여러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해 왔으나 시장의 전망을 뒤집었다. 경기 둔화 우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은과 김중수 총재의 신뢰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선제적인 금리 인상에 실패하면서 자칫 정부 정책이 먹혀들지 않은 상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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