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제고사 거부 교사 징계하는 ‘진보’ 교육감

지난 10월 일제고사 당일, 나는 우리 반 7명의 학생과 함께 체험학습에 참여했고, 우리 반 학생 8명은 추가로 등교를 거부했다. 이를 이유로 경기도 교육청은 11월 17일 감사관 5명을 파견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김상곤 교육감의 측근이나 경기지부는 교과부의 압력, 교육청 내 관료들 눈치 보기 등을 운운하며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한다. 이유가 어떻든 진보적 교육감이라 일컬어지는 김상곤이 나를 징계하겠다 하니 당연히 싫을 수밖에 없겠지만, 징계가 아니라도 김상곤이 싫은 이유는 그의 재임기간이었던 8개월 내내 차곡차곡 쌓여온 것들이었다.

김상곤은 지난 여름 비정규직 유치원 노동자들과 장애인 야학 동지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그들과 함께 온 자율형사립고 반대와 일제고사 중단을 요구하는 교사들을 차가운 철장 아래 가두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핵심 교육정책인 자율학교를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교원평가를 찬성한다고 서슴치 않고 말하고, 공무원들의 집회 때마다 협박성 공문을 보내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일제고사는 도대체 언제부터 안보겠다는 것인지 그의 재임기간 중의 모든 일제고사는 아무 무리 없이 시행해 되었다. 그나마 징계를 안하겠다던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조사도 폭력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였으니, 이제 그에게 기대를 걸만한 것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김상곤은 교과부와 이명박 정권의 전면에 맞서는 민감한 사안들은 피해가면서, 여론전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듯한 혐의를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무상급식은 좌절되었지만 그의 이미지 상승에는 한 몫을 단단히 했고, 학생인권조례제정으로 학생들의 기대는 크지만, 말이 좋지 학교의 인권 현실은 너무나도 멀리 있다. 또한 이미 시작된 ‘학교자율화 조치’ 하나면 교장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이도 별 신통치 않은 일이 된다. 이와 함께 말로만 ‘일제고사 안 본다’, ‘시국선언 징계 안 한다’고 소신있는 진보적인 교육감인 채 하니, 그를 보고 있노라면 흡사 다른 정치인들과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의 추진으로 주가를 높인 소위 ‘진보’교육감 김상곤에 대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진보진영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최근 부천교육희망네트워크(준)가 보낸 한 장의 공문만으로도 이를 실감할 수 있는데, 부천교육희망네트워크(준)가 준비하는 김상곤 초청강연회에서 ‘12월 일제고사 중단과 부당 징계 저지를 위한 피켓팅’을 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내왔다. 지역 연대 질서를 운운하며, 피켓팅을 하여 행사를 방해하면 앞으로 지역 연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듯한 은근한 협박도 함께 담아서 말이다.

진보적 교육정책을 이야기한다는 곳에서 ‘일제고사 중단’과 ‘징계 저지’를 외치는 것이 도대체 왜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인지. 김상곤 교육감에게 ‘12월 일제고사를 중단할 것’과 ‘일제고사관련 징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피켓팅을 마치 조중동의 진보교육감 흠집 내기 취급을 하는 태도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지역의 민주노총과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공대위마저 당일 피켓팅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협박은 현실로 다가왔다. 지역 연대 질서라는 것이 무엇인지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은 마치 ‘왜 일제고사를 거부해서 김상곤을 곤혹스럽게 하느냐?’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로는 징계 저지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말과 행동은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모순이 아니라며 우기고 있다. 부천교육희망 네트워크(준)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이 개별적으로 나서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으며, 2010년 전교조 부천중등지회 당선자마저도 그들의 입장에 서서 대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에게 계속 압력을 받다 보니, 이제 정말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쨌든, 나는 김상곤이 온다는 날 피켓팅을 진행할 것이다. 그나마 ‘진보’라는 이름표를 그가 달게 된 것은 그를 교육감으로 올린 경기도민들의 뜻이며, 진보적 교육에 대한 지향성 때문에 얻어진 것이지, 김상곤이 진보적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일제고사라는 상황과 맞물려 있던 선거 상황에서 ‘일제고사 반대’를 내세웠고, 이명박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맞서겠노라고 선언하였기에 당선된 것이다. 그와 그의 측근들은 자주 ‘기다려 달라’는 표현을 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도대체 언제할건데? 8개월 동안 못한 일인데 내년에는 가능해? 그렇다면, 오롯이 자신의 권한인 12월 일제고사와 징계 문제는 왜 지금껏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 과연 해결의 의지는 있어?

언젠가 김상곤 교육감이 전국단위 일제고사를 제외하고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던 날, 사람들이 “와~, 12월 일제고사 안보겠네.”라고 말할 때, “글쎄, 과연? 경기도 일제고사처럼 학교에서 정하라고 할 걸, 만약 김상곤이 12월 일제고사 안본다고 선언하면, 지금까지의 모든 일을 용서하고, 내가 선거법을 위반해서라고 선거운동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12월 일제고사는 ‘교육공동체’라는 아름다운 문구 뒤에 숨어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학교장 강제로 실시를 결정했다.

그래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김상곤이 싫다. 모든 일이 자신의 권한 밖이라는 교육감의 책임감 없는 모습이 싫다. 교과부와 학교장 사이에서 대충 맞춰가려는 그가 싫다. 진보의 껍데기를 쓰고, 우리를 헛갈리게 만드는 그가 싫다. 교원평가를 찬성하는 그가 싫다.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장애동지들을 무시하는 그가 싫다. 일제고사를 끊어내지 못하는 그가 싫다. 그러면서 ‘진보’라고 우기는 그는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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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과의 사전 협의에 따라 게재하고 있으며 기사를 포함한 사진의 저작권은 '참세상'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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