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해영
염해영

[광교신문=염해영 칼럼] 퇴직 2~3년 전부터 퇴직 후 제2의 삶을 계획하며 나름 준비했다. 그러나 인생이 계획대로 된 적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역시 그랬다. 2019년 10월 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 안팎에는 코로나19로 난리 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읽은 책을 정리했고 도서관 글쓰기 모임에 참석했다. 꾸준히 한 결과 회원 모음집도 발간했다. 또한 지자체 백일장에 참여해 자그마한 상을 받았다.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하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겼다.

글을 적기 시작했다. 40대 초반부터 시작한 배움은 다람쥐처럼 쉬지 않고 50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걸려 넘어지고 엎어지기를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런 열정적 과정을 거쳐 나는 이 자리에 서 있다. 그 모습을 엮어 ‘지금 내 나이, 오후 2시 10분’이라는 명찰을 걸고 세상에 나왔다. 퇴직 후, 제2의 삶은 오랫동안 했던 일과 좋아하는 것으로 즐겁고 보람있게 살 수 있는지 적혀있다.

그중 하나로 2~3년 전부터 돌봄 종사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예전과 달리 어르신, 어린이, 장애우 등 돌봄 대상자 범위가 넓어졌다. 그에 반해 종사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강도는 강해졌다. 생활 지원사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복지관에서 강의하고, ‘마음 로그인’이라는 제목으로 공연과 ‘목걸이 오카리나에 내 꿈 입히기’를 했다. 지난해에는 지자체의 ‘초등 돌봄 지도사 자격 과정’에서 아동 정서적 지원을 위한 음악 활동 이란 주제로 강의했다. 수강생은 거의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40대 여성이었다. 나는 어린이 특히 부모 교육에 관심이 많아 아이들에게 정서적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했다. 강의 중간중간 오카리나연주를 했다. 강의 내내 그들은 행복해했다. 돌봄 지도자뿐 아니라 어르신이나 어린이에게도 정서교육이 꼭! 필요하다.

내 이름이 박힌 책을 출간하고 싶은 작은 욕심이 생겼다.
글을 적기 시작했다. 40대 초반부터 시작한 배움은 다람쥐처럼 쉬지 않고 50대 중반까지 이어졌다.

 

‘청소년 동화 쓰기 대회’ 시상식에서 오카리나 오프닝 연주를 부탁받았다.

퇴직 후에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 청소년 동화작가들과의 만남은 보기만해도 참 따뜻했다.

배움의 기회가 많아질 수록 할 일도 많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청소년들을 만날때면 더 행복해진다

사회자가 물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글을 아이가 적을 수 있었나요?’ 엄마는 말한다. ‘아이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을….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라고

학원을 오랫동안 운영하며 보았다. 세상이 변하듯 아이들은 조금씩 변했다. 그러나 아이들보다 더 많이 변한 건 부모님들의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다투기라도 하면 내 아이를 먼저 혼내던 예전과 달리 상대 아이를 탓했다. 내 아이가 옳다고 생각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가 귀에 맴돈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 생각마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나고 보니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 된다. 아이들의 맑고 고운 심성과 품성을 간직할 수 있게 어른들이 돌봐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지난해에 출간한 ‘지금 내 나이, 오후 2시 10분’은 제2의 삶을 준비하는 40~50대 성인을 위한 글이다. 그러나 그들도 어린 시절을 거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씨앗에 물을 주고, 햇빛과 바람과 사랑을 주어 꽃 한 송이를 피워야 한다. 아이도 그래야 하고 어른도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

저작권자 © 광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 칼럼은 신문사의 논지와 견해에 있어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