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정세균 민주당 대표, 조건 없는 등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9시30분 국회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 없는 등원을 결정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은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두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화를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님은 우리에게 세 가지 유지를 남겼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을 정치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3대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 것을 거듭 밝힌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원 결정에 따라 지난 7월22일 한나라당의 언론법 강행 처리로 마비된 국회는 정기국회(9월1일 시작)를 앞두고 정상화의 길을 찾게 됐다. 정 대표의 전격적인 등원 결정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바뀐 정국 상황 속에 국회를 하루 빨리 정상화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압박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은 국회에 등원해서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다수를 차지했다. 정기국회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 실정을 비판하겠다는 명분도 등원 이유로 작용했다.

야당이 국회에 등원하지 않아 국회가 파행되고 있다는 여당 논리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정 대표의 전략은 합리적인 제1야당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안 없이 투쟁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해야 할 역할은 하면서 비판도 하는 그런 정치세력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합리적인 제1야당’ 이미지는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정치적 이득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합리적인 제1야당’ 이미지도 때와 장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당력을 총 동원해 언론법 저지 투쟁에 나섰다. 언론법을 ‘조중동 방송법’ ‘재벌 방송법’으로 규정하며 당운을 걸고 막겠다던 언론법은 한나라당의 압도적인 의석 앞에 강행 처리됐다.

민주당은 언론법 투표 과정의 불법성을 지적하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당 일각에서는 의원직 총사퇴의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지만, 민주당 선택은 헌법재판소의 판단 결과를 기다리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정세균 대표와 천정배 최문순 의원 등이 의원직 사퇴의 결단을 내렸다. 이들은 의원직 사퇴서가 수리되지는 않았지만 원내 활동은 중단한 상황이다. 특히 천정배 최문순 의원은 언론법 무효투쟁의 전면에 나서면서 ‘아스팔트 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민주당의 조건 없는 등원 결정은 이러한 저항 흐름을 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이나 청와대가 언론법 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한 가시적인 노력이나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별다른 소득 없이 등원에 나섰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주당의 이번 결정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과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 대표는 이번 선택에 따라 다시 한 번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합리적인 제1야당’이라는 자기 변론은 그럴 듯한 주장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지기반을 아래로부터 흔드는 덫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민주당 등원 결정에 대해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국민적 비난과 불신이 컸던 만큼,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열과 성의를 다해 국회 본연의 역할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국회 밖에서 국회를 부정했던 행동이 더 이상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장외투쟁을 한다고 해서 등원하지 않고 등원한다고 해서 장외투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왜곡된 인식”이라며 “원내와 원외 투쟁을 병행하며 원내에서는 시급한 민생현안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정세균 대표의 기자회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노무현 대통령님을 떠나보낸 지 3개월 만에 김대중 대통령님마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민주정부 10년을 이끌어 온 소중한 대통령님 두 분을 속절없이 보내야 했지만,
두 분은 국민의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우리에게 세 가지 유지를 남겼습니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을,
정치적으로 ‘통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평화의 ‘3대 위기를 극복하라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 것을 거듭 밝힙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당은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이라는 두 대통령님의 유지를 받들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 ‘3대 위기’를 극복하고, 언론악법 원천무효화를 위해, 원내외 병행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평생을 민주주의 수호, 남북평화에 헌신해온 김 대통령님의 서거는 온 국민에게 민주주의는 소중한 것이며, 약자는 보호돼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습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는 마침내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민주당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통합과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의 독선과 독주, 오만을 강력하게 견제해나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집권세력의 반성과 성찰이 필요합니다.
‘언론악법 날치기’ ‘용산참사’를 불러온 오만과 독선의 일방독주가 중단돼야 합니다.
그간의 과오를 모두 없던 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반성과 성찰을 통한 국정기조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3대위기 수습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독주가 계속되는 한 민주개혁 세력의 연대가 필수적입니다.
원내에서는 절대 다수당에 맞서 야권 연대의 틀을 더욱 튼튼히 하겠습니다.
원외에서는 민주 시민사회세력과 단단한 연대와 결속을 통해 맞서 싸우겠습니다.
승리하는 그 날까지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당은 서민을 지켜내고,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며,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겠습니다.
불법 날치기에 실패한 언론악법의 원천무효화를 위해 전방위 투쟁을 펼치겠습니다.
이와 함께 재정파탄의 주범인 부자감세, 지방재정 교육 복지를 위협하는 4대강 사업,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관계 정상화,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 등 서민 민생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8월 27일
민주당 대표 정 세 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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