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열 최고위원 "가볍게 넘기면 내년 선거 어려움"…박희태 "민심헤엄 치다왔다" 모르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현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따른 지역의 반발을 지적하며 내년 지방선거의 참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생 투여로 여수를 다녀왔고 어제는 충북을 다녀왔다. 염려가 돼서 말씀드린다. 4대강 살리기 때문에 일반 SOC 예산이 다 잘려나간다는 우려를 어느 곳도 (제외)없이 다 하고 있다"며 "이걸 가볍게 넘기면 선거에서 어려움에 빠지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4대 강 살리기 때문에 도로 철도 등 지방에 크고 작은 SOC가 잘려 나간다', '4대강 살리기 때문에 우리 지역 발전 못한다'. '국회의원은 4대강 살리기 때문에 예산 가져올 수 없다'고 말한다며 괴담으로 작용하면 어떻겠나"라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4대강 살리기가 핵심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4대 강 정비 자체가 운하인 만큼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정부가 논란이 되는 4대강 사업에 제대로 해명을 못하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허태열 최고위원은 "기재부 차관, 국토부 차관도 명쾌히 답변을 못한다"며 "'올해 SOC 사업 얼마다', '내년 SOC 4대강 살리기 재원을 따로 만든다'는 명쾌히 설명해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역점을 두고 4대강 살리기 동력을 위해서도 명쾌한 정부의 해명이 있어야 한다. 괴담 만들어지기 전에 국회의원들한테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명쾌히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 위원은 "이 문제는 결코 작은 문제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날 허 최고위원이 전한 지역의 민심은 이명박 정부가 전망한 4대강 살리기 효과와 달랐다. 앞서 지난 6월29일 이명박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4대강 살리기에 대해 "물도 풍부하게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 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도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학계에서도 4대강 살리기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14일 반영운 충북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4대강 정비사업 정책 토론회'에서 "금강과 남한강 상류가 사업대상지로 포함된 충북 지역에 대한 총투자비는 4대강 살리기 본 사업비 16조9000억 원 중 5%에 해당하는 8천818억 정도여서 경제적 유발 효과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영운 교수는 또 "가장 많은 사업비가 소모되는 낙동강이 위치한 경북 지역의 경우 5조 원이 투자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투자 불균형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격차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편,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는 충청북도를 민심 속에서 헤엄을 치다 왔다. 분노의 파도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길거리에서 정치 굿판을 당장 치우고 민생 굿판을 돌리라는 것이 국민 소리였다"며 "정말 저희들도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곳곳에서 이렇게 우리 정치권의 손길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안타까운 목소리들 있는데 목소리 안 듣고 정치한다고 낯 들고 다닐 수 있나"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민생현장 방문 취지로 서울 아현 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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