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무산…경찰, 취재진도 무차별 진압

촛불 집회 1주년인 2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명박 퇴진" 함성이 울려 퍼졌다. 수천 여명의 시민들은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린 시청 광장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열었고, 개막식은 무산됐다. 개막식이 무산되자 경찰은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했고 취재진을 강제 진압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이날 오후 8시께 하이서울페스티벌 봄축제 개막 행사장인 시청 광장에 모여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수십 여분 간 외치고, 연단까지 올라와 행사가 무산됐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거나 '못 참겠다. 갈아엎자', '철거민은 무죄다. 구속자를 석방하라', '조중동 재벌 방송 반대 한나라당 해체' 등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이 담긴 피켓을 치켜 올리기도 했다.

  
  2일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린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식 연단에 올라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집회참가자들이 든 피켓에는 사건발생 100일이 넘도록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은 용산참사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문구가 많이 보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치열 기자 truth710@ 
 
  
  청계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촛불집회1주년 집회에 참석하려던 시민들이 경찰의 저지에 막히자 하이서울페스티벌 개막행렬로 섞여 들어가 함께 시청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이치열 기자 truth710@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러 나온 시민들이 각자가 만든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광화문 네거리를 막아선 경찰을 향해 홀로 손피켓을 들고 마주선 시민. 이치열 기자 truth710@ 
 
청계 광장 봉쇄한 경찰…수천 시민들 시청 광장 모여 "이명박 물러나라"

시민들의 함성이 계속되자 축제를 주관하는 안효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연단에서 "하이서울 페스티발 개막식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민들은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열린 촛불 1주년 행사를 마무리하고 오후 7시께 청계천 광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해산한 바 있다. 그러나 경찰은 청계광장 주위를 전경차량으로 둘러싸 시민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했고, 촛불집회에 온 시민들은 7시께부터 하이서울페스티발 퍼레이드 행렬에 섞였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서울 시청 광장까지 오게 된 셈이다.

  
 ▲ 하이서울페스티벌에 관한 과제를 하러 나왔다가 부모가 모두 경찰에 연행된 한 여자아이가 너무 놀라 울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행사가 무산되자 경찰이 진압을 예고했다. 남대문 경찰서장은 "일반 시민들은 지금 바로 해산해달라. 경찰들이 들어가서 방해하는 사람에게 작전이 들어간다"며 "일반 시민들은 즉시 해산해 주십시오. 해산 안 하면 집시법에 따라 체포해 사법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 전경들의 강제 진압으로 실신한 커널뉴스 생중계팀 여기자 모습. 의식불명 상태에서 병원으로 후송됐다.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자 일부 시민들은 "우리가 일반 시민이다", "폭력경찰 물러가라", "잡아가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하고, 일부 시민들은 시청 광장 잔디밭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경들은 시청 광장 주위에 있는 시민들의 무차별적인 연행을 시도했고, 연행시도가 이어질 때마다 수십 여명의 시민들이 달려들어 항의했다. 또 취재진도 달려들어 연행 과정을 촬영하기도 했다.

  
  무도회장을 연출할 계획이던 시청 광장은 시민들과 전경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취재진 실신해 119 실려가, 목 졸린 채 연행 시도

이어 시민들과 전경들의 실랑이가 수십여 분간 이어졌고, 노원경찰서에 14명의 시민 등 수십 여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찰 간부는 "마스크 쓴 사람 다 연행해"라며 부부를 연행해 한 아이가 홀로 남겨지기도 했다.

전경들은 취재진도 진압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커널뉴스팀 생중계 여기자는 실신해 앰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고, 로이터 통신 이재원·한겨레 이정아 사진 기자 등이 취재 기자의 폭행에 대해 항의했지만, 오히려 경찰은 취재진에게 최루액을 뿌렸다.

  
 ▲ 로이터통신 이재원 기자 모습. ⓒ오마이뉴스 최윤석 기자 
 
  
 ▲ 한겨레 이정아 기자 모습. ⓒ오마이뉴스 제공 
 
특히 시민들의 연행 과정을 취재하던 로이터통신 이재원 기자는 오후 10시께 경찰들에게 목이 졸린 채 50여 미터를 연행되다 다른 기자들의 거센 항의로 풀려나기도 했다. 옆에 있던 기자들은 "지휘관이 기자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발길질까지 하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이서울페스티벌 퍼레이드 행렬을 따라가며 한 시민이 피켓을 든 모습. 이치열 기자 truth710@ 
 
"경찰들이 촛불 키워주었다", "잠복했을 촛불 다시 타오르게 됐다"

이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전경들이 무차별적으로 시민들 진압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한국을 방문한 이그나시오 모나(IGNACIO NANNA, 28)는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이라 행사가 있는지 왔는데 도착해보니 오히려 경찰이 많이 와 있고 시위가 있었다"며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는데 왜 잡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이날 시청 광장엔 하이서울페스티벌을 관람하러 온 외국인들이 많았고, 이들은 한국 시민들에게 "Why"라고 물으며 경찰의 진압을 의문시했다.

  
 ▲ 경찰이 커널뉴스 생중계팀을 연행하려는 순간 기자와 시민 대여섯명이 경찰에 밀려 넘어지자 커널뉴스 기자가 경찰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 경찰은 촛불을 든 사람, 마스크를 쓴 사람은 불법행위의 여부를 막론하고 무차별 연행했다. 엄마와 함께 나온 한 중학생이 촛불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뒤에서 덮친 경찰에 의해 연행되려하자 어머니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치열기자 truth710@ 
 
그러나 이날 경찰이 시민들을 무리하게 진압한 것이 향후 부메랑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한겨레 사랑하는 모임' 간부 이아무개(49)씨는 "경찰 뿐 아니라 소방수도 나보고 '일반 시민이냐. 일반시민이면 가라'고 하더라"며 목청을 높이며 "(경찰이)촛불 1주년에 일부러 시청 광장을 못 쓰게 하려고 하다가 결국 경찰들이 촛불을 키워주었다"고 밝혔다.

정태인 성공회대 NGO 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을 전방위적으로 탄압하고 있어 실제로 시민들이 이렇게 다시 나오지 못하리라고 예상했다"며 이날 '촛불 시민'들의 행동에 놀란 모습이었다. 정태인 교수는 "오늘이 없었으면 잠복했을 촛불이 다시 타오르게 됐다"며 향후 거세질 촛불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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