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민언련, ‘용산 참사’ 언론보도 진단 토론회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일어났지만 이를 전하는 언론 보도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보수신문은 철거민의 폭력성을 과장함으로써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을 은폐하는가 하면, 사장이 바뀐 뒤 공영성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는 KBS 역시 '물타기 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관하고 민생민주국민희의가 주최한 '용산 참사'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진단과 대응을 주제로 한 긴급토론회에서 나왔다. 토론회는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석기의 영결식장 '눈물' 강조한 조선=정미정 박사(배제대 언론학 강사)는 각 신문사의 관점을 살피기 위해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설연휴 기간을 제외한 8일 동안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등 5개 신문의 행위자와 행위, 그리고 사건에 대한 논평을 분석한 결과 보도경향이 둘로 극명하게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경향신문에서는 부정적 행위주체로 경찰·검찰·정부·여당 이 지목된 반면, 조선·중앙·동아일보에서는 이들이 우호적이거나 중립적으로 묘사됐다는 지적이다.

  
 ▲ 민언련이 주관하고 민생민주국민희의(준)가 주최한 <‘용산 참사’ 관련 언론보도 진단과 대응 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2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층에서 열렸다. ⓒ민언련 
 
정 박사는 "특이할만한 사항은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에 관한 것"이라면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시위의 배후로 전철연을 지목하고 있으며 그 폭력적 성격을 자세히 묘사했다"고 말했다. 또 전철연은 검찰에 수사 받는 대상으로서 다뤄지는 기사가 많은데, 이 역시 전철연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사건의 책임을 그에 전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한다고 분석했다.

정 박사는 사건의 원인을 짚는 데 있어서도 조선·중앙·동아일보는 불법폭력시위와 전철연의 배후조종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경찰의 책임과 함께 법·제도적 문제,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의 강압통치를 제시하는 등 보다 근본적 이유를 찾았다고 평가했다.

이런 경향은 논평과 사진에서도 드러난다. 정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사건의 원인이 '농성하는 자'에 있음을 반복 제시하면서 이른바 '불법시위'에 상응하는 엄격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여야 대립은 '정쟁'으로 묘사해 그 의미를 절하했는데, 특히 조선일보는 '정당의 자살'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민주당에 대한 비판 강도가 가장 셌다고 말했다.

사진기사에서도 부정적 행위주체로서 조선·중앙·동아는 시위대를, 그리고 경향과 한겨레는 경찰을 지목했다. 정 박사는 "조선·중앙·동아의 '불타는 화염병을 들고 있는 농성자 사진'은 누가 봐도 사회적 약자나 희생자가 아닌 '무서운 적'으로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발제를 맡은 정미정 박사(배제대 언론학 강사)와 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 ⓒ민언련 
 
특히 조선일보 23일자 1면에 실린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클로즈샷은 주목할만하다는 지적이다. 영결식 장면은 대부분의 신문에서 보도됐는데, 오직 조선일보만이 제복을 입은 김 청장이 울면서 경례하는 모습을 실어 "사건의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줬다"고 정 박사는 말했다.

▷'전철연 배후설' 물타기 한 KBS=이송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일까지 KBS·MBC·SBS 등 방송3사 메인뉴스의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 보도를 분석한 결과 방송보도에서는 KBS와 MBC가 대조를 보였다. 이 부장은 "이번 용산참사의 일차적 책임은 경찰의 살인진압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MBC는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기한 반면, KBS는 이를 시위대의 과격성과 함께 거론해 양비론적 시각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 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MBC는 경찰이 최소한의 대비도 없이 무리하게 강제 진압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SBS도 경찰이 과거와 달리 서둘러 진압에 나섰고 진압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경찰의 진압 방식을 문제삼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같이 거론하면서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다.

이 부장은 KBS가 '전철연 배후설'로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고도 비판했다. KBS 21일자 <폭력·강경 투쟁>, 22일자 <모금…조직적 개입> 보도를 보면 용산 철거민들이 왜 전철연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춘 MBC 보도와 비교된다는 지적이다.(MBC 23일자 <철저히 외면 당했다>)

KBS는 그밖에도 '용역직원 동원' 의혹을 '전철연 개입'과 함께 보도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물타기 했으며(KBS 23일자 <'원인' 공방 격화>), 검찰이 공개한 동영상 속 액체를 시너로 단정해 결과적으로 화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떠넘겼다고 이 부장은 비판했다. 이번 참사의 배경과 대안을 전하는 과정에서도 진압 책임자 처벌을 '국론분열'로 몰아가, 용산구청장을 비판한 MBC나 정부여당의 대책 마련을 강조한 SBS와 달랐다는 평가다.

▷사회적 약자 대변 못하는 언론='용산 참사' 보도는 설 연휴 이후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25일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되면서 그쪽으로 이슈가 이동한 까닭이다. 이에 대해 이 부장은 "경기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이 사회적으로 충격적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관심이 그리로 쏠리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다"면서도 "용산 참사는 6명의 목숨이 공권력에 희생된 사건이고 아직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있어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보도가 대폭 줄었다면 언론의 '냄비저널리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박사는 "언론사가 사건에 대해 각자의 입장을 갖고 보도하는 건 당연한 일지만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간 이유는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한다고 주장하던 언론들도 사건발생 이전에는 최소한 그들을 대변해주지 못했다. 만일 또 다른 용산사태가 일어나면 그건 언론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창현 국민대(언론정보학) 교수도 "이번 일은 우리 언론의 사회적 역할이 얼마나 미흡하고 불완전한가 보여주고 있다"며 "언론은 정의롭지 못한 공권력과 생존권을 위협받는 서민 등 이 사건의 구조적 본질을 방치한 채 국가에서 낸 보도자료에 의지한 보도를 이어가거나 철거민들이 골프공을 쐈는지 안 쐈는지 하는 지엽적 문제에 치중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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