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헌
안용헌

[광교신문=안용헌의 기타르티아데] 지난번 3번째 칼럼은 전염병과 과거 예술사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은 오늘날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가 예술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에 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칼럼 제목을 ‘기타르티아데’라고 지은 이유는 각 분야의 젊은이들이 음악가 슈베르트를 중심으로 가졌던 모임 ‘슈베르티아데’처럼 이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드디어 그 취지에 첫발을 내딛는 것 같아 기쁘다. 이번 칼럼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미술, 무용, 재즈 브라스, 디자인 계열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Q.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안용헌 (글쓴이)

2월 중순 대학 졸업 이후, 있었던 모든 오프라인 연주가 취소되었습니다. 독주, 앙상블,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연주들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모두 취소되었고 하고 있던 레슨도 대폭 줄어 무료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다 보니 음악이 깃들 틈이 없고 전염의 위험 때문에 다수의 청중이 객석에 모이는 것 또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주변 악기 하는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쉽지 않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러다가 언젠가 연주자라는 직업이 스크린 안에서만 생존하는 직업이 될까 다들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이 긴 공백기 속 저마다의 방법으로 표현을 이어가기 시작했는데요. 연주자 개인을 넘어 클래식 기획사 혹은 음반사에서도 무관중 라이브를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고 이뿐만 아니라 개인 SNS를 통해 연주자들의 챌린지 등 여러 대안이 성행하고 있으며 제겐 매주 쓰는 이 칼럼 또한 그런 것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계속해서 유튜브나 개인 SNS를 통한 연주 영상 업로드와 4월 중순 무관중 방구석 클래식으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김명은 (서울대학교 한국화)

미대 실기 강의들도 모두 화상 강의로 대체 되면서 한 학기에 한 번씩 갖는 과제전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2학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실기 시간에 교수님들에게 졸업작품에 대해 피드백 받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작업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데 그럴 수 없어 다들 걱정이 많고요. 새로운 실기 기법을 배우면 작업실에서 직접 응용하고 배워야 할 텐데 영상을 통해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집 밖에 나가지 않고 ‘자가격리’를 컨셉으로 작업해 개인 SNS에 업로드하고 있는 지인도 있습니다.

- 맹종남 (한양대학교 현대무용)

저는 공교롭게도 휴학 중이어서 수업을 듣고 있지는 않지만, 학교 실기 강의도 모두 화상 강의로 대체 되었고요. 음악과 마찬가지로 공연이 모두 취소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음악에 오케스트라, 앙상블처럼 여럿이서 만들어가는 팀, 무용공연이 많아 사실상 올스탑 상태에 있습니다. 유명한 무용가분들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활동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루빨리 사태가 나아지길 바라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서영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졸, 하이브리드 슈퍼 튜비스트이자 베이스 트럼보니스트)

저는 오히려 연습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유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충실한 기본기 연습을 바탕으로 음악에 전념해 이 시기를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금관악기는 이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피지컬적인 면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평소 바쁠 때 등한시했던 기초 연습과 호흡 연습을 탄탄히 하다 보니 기량적으로도 나날이 증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튜바 주자라고 해서 한 악기에만 국한되어 공부하기보단 연주자, 음악가로서 더욱 넓고 다양한 장르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악기도 다루고 간단한 악보 작, 편곡 능력은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주가 돌아오는 날까지 갈고 닦아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다시 뵙고 싶네요.

안은진 (충남대학교 디자인)

마찬가지로 학교 실기 강의들이 화상 강의로 대체되어 많은 시행착오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디자인 분야가 워낙 넓다 보니 이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UI, UX 분야에서는 이슈가 중요하다 보니 코로나 맵, 마스크 맵, 간편 식품, 딜리버리 등 관련 어플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제품 분야에서는 마스크, 위생 관련의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관련 아이디어 제품이 계속 디자인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그래픽 분야에서는 매일 뉴스, 신문 기사 등에 필요한 정부 방침이나 개인위생 관련 인포그래픽, 영상, 편집물 등을 만들어내는 데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대면 없이 할 수 없는 작업도 꽤 있어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그래픽,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페스티벌이나 페어 같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디자인한 작품을 생산해놓은 작가, 디자이너분들이 많은데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전부 통신판매로 돌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곤란함을 빚어내기도 합니다.

[N.Paganini – Cantabile for Violin and Guitar]

작년 이맘때 봄날, 캠퍼스에서 가졌던 야외연주 실황 영상. 캠퍼스 이곳저곳에 화사하게 핀 벚꽃, 북적이는 사람들, 모두 몹시 그리운 요즘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발 빠른 대안이 나오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안’일 뿐이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일상에 멋지게 복귀하기 위해 이 지루한 나날들을 똑똑하게 버틸 필요가 있다. 4월 1일, 이곳저곳 꽃들이 만개하기 시작한다. 세상은 어느덧 봄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기타 연주자 안용헌 인스타그램: dragon_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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